초고령 사회라 해도 90세, 100세는 드물다. 초고령인 91세를 망백(望百), 99세를 백수(白壽)라 한다. 한자 일백 백(百)에서 한 획을 뺀 흰 백(白)자를 써서 백수라 한 것이다. 100세는 하늘이 내려준 나이라고 해서 상수(上壽)라 불렀다. 조선시대와 1900년까지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고작 35세였고, 최고의 케어를 받는 왕들조차 평균수명이 46세였다. 아무리 장수를 한다고 해도 돌아보면 지나온 세월은 순식간이고, 인생의 시간은 너무 짧다. 그러하기에 생일을 귀하게 여기고 환갑에 고희연과 팔순 잔치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령사회가 되다 보니 요즘에는 환갑잔치가 사문화(死文化) 돼가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50세가 넘으면 노인으로 간주하고 궁궐 조성이나 성역(城役) 같은 부역에 동원하지 않았다. 60세가 되면 모든 국역(國役)에서 완전히 면제되고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됐다. 관리가 60세가 넘으면 지방관으로 보내거나 변방으로 배치하지 않았다. 그리고 70세가 넘으면 자녀들을 공역에서 면제해 주고, 정2품 이상의 관리들은 나라에서 기로연(耆老宴)을 베풀어주었다. 심지어 80세가 넘으면 양인과 천인을 막론하고 관계(官階)를 부여해 주었다고 한다. 공자가 말한 효와 노인 우대 정책, 이른바 노인을 편하게 모시는 노자안지(老者安之)를 실천한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왕이 고령자들에게 하사품을 내리고 양로연을 베풀었다는 기사들이 많이 나온다. 인망이 두터운 70세 이상의 고위 관료들은 기로소(耆老所)라고 해서 국가 공인 경로당에 들어가 여러 가지 혜택을 누렸던 것이다. 또 70세 이상의 퇴직한 관리들에게는 나라에서 궤장(궤杖)이라고 해서 자리에 앉아 팔뚝을 기대는 일종의 안석(案席)인 받침상 곧 궤(궤)와 함께 지팡이(杖)를 내려주었고, 궤장을 받은 관리의 자녀들은 시험 없이 관리로 특채될 수 있었다.
이번 달부터 물가인상분 등을 반영하여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등을 5.1% 인상해 지급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노령연금을 받는 523만명이 수혜를 받는다. 65세 이상 노인들 가운데 생계문제로 인해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의 비율이 40%가 넘는다. 초고령 시대보다 다양하고 세심한 정책적 노자안지가 필요하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