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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국은 서방의 자본과 기술에 공손하게 허리를 굽혔다. 자존심을 감추고 실력을 기르던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시대이다. 도광양회의 수모는 찰나에 불과했다. 2000년대 들어 세계의 생산공장이자 소비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은 미국의 세기를 종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경쟁국으로 등극했다.

중국이 21세기 외교전략을 전랑외교(戰狼外交)로 전환한 배경이다. 중화제일주의 외교다. 중국과 척을 지면 호전적인 늑대로 돌변해 물고 뜯고 할퀸다. 홍콩의 자치권을 박탈하고, 돈으로 서남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자원과 사회간접자본을 약탈해 일대일로로 연결 중이다. 대만 무력통일 의사를 감추지 않는다. 세계 각국에 비밀경찰서를 설치하고 운영한다.

국수적 중화주의에 고무된 중국인들도 전랑의 대열에 합류했다. 홍콩 민주화를 지지하는 전 세계 청년들에게 중국 유학생들이 떼로 덤볐다. 석탄분쟁으로 사이가 벌어진 호주에선 중국 유학생들이 대학 캠퍼스를 장악하고 현지 학생들을 폭행했다. 국내 대학생들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를 붙이자 중국 유학생들이 철거하는 일도 있었다.

그래도 세계가 중국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깨닫게 된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중국이 '우한 폐렴'을 은폐하는 동안 바이러스는 세계로 퍼졌다. 6억7천만명이 감염됐고 670만명이 사망했다. 세계의 비난에 중국은 시치미를 뗐고, 세계가 백신 방역에 전념하는 동안 '제로 코로나' 봉쇄정책으로 나라 문을 닫았다. 당시 중국에 체류하던 한국인과 중국 방문자들이 겪었던 인권유린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이 지난해 말 인민 봉기에 백기를 들고 하루아침에 봉쇄를 풀고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다. 세계 각국 공항에 보복 관광에 나선 중국인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중국발 제2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것이다. 방역에 성공한 세계를 향한 2차 바이러스 테러에 가깝다.

많은 나라가 중국인 입국을 제한했다. 우리도 중국인의 단기입국을 불허했다. 당연한 자위권 발동이다. 적반하장, 중국이 한국인 단기 비자 발행 중단으로 맞불을 놓았다. 중국은 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은 안 된다는 전랑의 협박이다. 전략적 요충인 대한민국을 향한 전랑의 억지와 횡포가 한 두번이 아니다. 화이부동으로 인내할 수준이 아니다. 불가역적인 자위 수단을 고민할 이유가 더 늘었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