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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정 정치2부(서울) 차장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기 이익을 좇고 산다는 전제는 상대의 주장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셀로판지 같을 때가 있다. 정치판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여당은 야당이 평가절하한다고 전제하고, 야당은 여당이 경쟁상대를 짓밟는다고 주장한다. 둘은 항상 상대이므로 절대로 같은 관점에서 의견일치를 볼 수 없다. 결국 그들이 합의를 볼 때는 이해관계의 접점을 찾았거나, 권력을 한 손에 쥐었을 때다. 어느 쪽이든 사회적 진보는 아니다. 그래서 양비론과 양시론이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가는데 도움이 되나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따지는 국정조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여야는 각자의 셀로판지를 눈에 얹고 여당은 장관 엄호를, 야당은 장관 파면을 요구해왔다. 주장은 바뀌지 않았지만 이 장관의 책임은 보다 명확해졌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 장관은 말을 바꿨다. 소방청의 책임을 강조하던 이 장관은 지난 6일 2차 청문회에서 "행안부가 재난관리 주관기관"이라고 답했고, "행안부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맡을 경우에는 보통 중수본을 따로 구성하지 않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바로 구성하게 된다"고 한 바 있다.

이후 야당은 이 장관이 재난안전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법 제 15조의2에는 '재난관리 주관기관의 장이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신속하게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 장관이 재난관리주관기관이 행안부라고 밝혔으므로 이 장관이 중수본을 신속 설치 운영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는 중수본은 설치하지 않았다고 했다. 물론 이 장관의 항변도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행안부 규정에 중수본을 중대본으로 확대 편성토록 열어두고 있다. 그렇더라도 중대본은 상황전파, 각 부처 간 조율 등 법이 요구하는 책임을 다했는지 의문이다.

여전히 여당은 이 장관 엄호를, 야당은 법적 책임을 벼른다. 여야 둘 다 노리는 것이 있으니 어느 편도 들어서는 안된다고 하지 말자.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중대본부장, 이 장관은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충분히 죄를 졌다.

/권순정 정치2부(서울) 차장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