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반기,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영업시간을 조정했다.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1시간 단축됐다. 코로나 19 여파로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되자 대면 접촉 기회를 줄이는 사회 분위기에 동참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해제된 지 수개월이 지났어도 영업시간은 복원되지 않는다. 불편함을 참다못한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친다. 은행 노사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이후 단축 여부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원성이 높아지자 금융위원장이 나섰다. 지난 5일 "방역 상황이 정상화되고 있는 마당에 영업시간도 정상 복원하는 게 은행권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와 기대에 부합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은행연합회장은 "은행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 불편에 공감한다"면서도 "코로나 극복과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영업시간 정상화에 대한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불편·불만은 알겠으나 당장은 어렵다는 게다. 금융 노사는 TF를 구성해 정상화 여부와 시기를 논의할 예정이나 진통이 예상된다.
고객들 불만지수를 높일 악재가 또 터졌다. KB국민은행이 점심시간에 1시간 동안 영업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군부대와 행정기관 출장소 등 일부 점포에 한정된 고육책이라고 하나 역풍이 만만치 않다. 직원이 달랑 두 명인 점포의 교대근무가 어렵다는 해명엔 고객 불편은 안중에도 없느냐고 한다.
지난해 국내 금융권은 사상 최대 이익을 실현했다. 고금리 행진과 예·대마진 확대에 따른 반사다. 직원들에게 평균 300% 넘는 성과급이 주어졌고, 희망 퇴직자에 수억 원씩 위로금이 지급되면서 자발적인 퇴직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유례없는 물가 상승에 고금리로 경제가 가라앉고 서민들 고통이 커지는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진풍경이다.
점심에 짬을 내 은행을 찾았던 직장인들은 연차를 내야 할 처지가 됐다고 푸념을 한다. 점포를 줄여 대기 줄이 길어진 마당에 단축된 영업시간은 그대로 두고, 점심에도 문을 잠그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고연봉을 받는 '신의 직장인'들이 고금리에 허덕이는 서민들 속을 알겠느냐고 한다. 고객보다 직원이 먼저인 은행은 업종이 뭔가. 고리대금업인가, 서비스업인가.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