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동구에 사는 김모(41)씨는 설 연휴에 아내와 괌 여행을 떠난다. 4년 만의 해외여행이다. 김씨는 들뜬 마음으로 만료된 여권을 재발급받기 위해 구청으로 갔다. 3~4일이면 여권을 받을 줄 알았던 김씨는 예상 밖의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구청에서 "여권 발급 신청이 몰려 2주가량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들은 것이다.
김씨 출국일은 10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 김씨는 결국 인천시청을 방문해 일회용 여건인 '긴급여권'을 발급받았다. 그는 "여권 발급 기간이 2주나 걸릴지는 전혀 예상을 못 했다"며 "여권 때문에 여행 경비를 날릴 순 없어 긴급여권을 발급받았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막혔던 하늘길이 하나둘 열리면서 여권 발급량이 급증하고 있다. 밀려드는 여권 발급 신청에 민원인과 공무원 모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작년 日 무비자입국 재개후 급증
발급 3~4일서 최대 2주까지 지연
1회용 '긴급여권'도 동반 증가세
발급 3~4일서 최대 2주까지 지연
1회용 '긴급여권'도 동반 증가세
12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일본 무비자 여행 입국이 재개된 것을 기점으로 여권 발급 건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인천지역 여권 발급 건수는 지난해 9월 1만3천여건, 10월 1만9천여건을 기록하다 11월과 12월 각각 2만4천여건으로 증가했다. 하루 평균 610여건(10월)에서 770여건(11·12월)으로 늘어난 셈이다. → 표 참조
이같은 수치는 붐비는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찾은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민원동에는 오전 시간임에도 여권 발급을 신청하거나 여권을 받으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여권 접수량이 많아 접수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도 민원동 곳곳에 붙어 있었다.
인천시 민원여권과 관계자는 "지난해 초만 해도 여권 신청 대기자가 전혀 없을 때도 있었는데, 최근엔 대기자가 50명을 훌쩍 넘을 정도로 붐빈다"며 "설 명절을 앞두고 올해 들어 여권 발급 건수가 더욱 많아졌다. 토요일에는 3시간(오전 9시~낮 12시)에 150건 접수가 몰리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한정된 인력이 밀려드는 수요를 처리하느라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군·구청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시민들 대기 시간도 그만큼 길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권을 발급받는 민원인들의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평균 3~4일이면 여권이 발급됐다. 최근엔 전국적으로 여권 발급 신청이 몰리면서 여권 발급 기간이 최소 8일까지 늘어났다는 게 인천시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일회용 여권인 '긴급여권' 발급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긴급여권은 신청 하루 만에 발급되는 여권으로, 5만3천원의 비용이 든다. 10년 동안 쓸 수 있는 여권(56면) 발급 비용과 같다. 인천지역 긴급여권 발급 건수는 지난해 10월 9건에서 11월 52건, 12월 104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