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을 집처럼 꾸몄다. 집 안 거실에 작품이 내걸린 것 마냥 어느 작품 아래에는 소파와 테이블, 카펫, 화분 등이 함께 그려져 있다. 낮은 조도 속 작품 하나하나를 비추는 전시장 조명은 마치 침실의 무드 등처럼 은은하게 빛난다. 한술 더 떠 전시장의 작품이 마음에 차면 '대여료'를 내고 집에 들일 수도 있다.
김포아트빌리지 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감상일상-From Gallery To Home'은 '우리 집'이라는 공간적 개념에서 출발한 전시다. '거실-침실-아이 방' 순으로 구성된 전시장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누군가의 집에 방문한 듯한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김포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 포함, 총 13명 작가의 작품 51점이 각각 어울리는 공간에 배치돼 관람객을 맞고 있다.
지역활동 작가 등 13인, 51점 선봬
거실·침실·아이방 일상공간 재현
'거실' 공간에서 김이린 작가는 의인화된 자연의 모습을 작품으로 보여준다. 줄곧 인간에게 쉴 자리를 제공했던 자연이 도리어 '힐링'의 주체가 되면서다. '앉아있는 나무 : pink'와 '창밖을 보는 나무'에서는 나무가 인간의 자리를 차지해 원 없이 창밖 자연을 즐기거나, 의자에 등을 기대어 휴식을 취한다. 자연도 인간처럼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함께 집을 매개로 불완전한 인간과 자연이 상호작용하는 것에 작은 위로를 얻는다.
여느 집 거실에나 있을 법한 오브제와 자연의 이미지를 뒤섞은 김선정 작가의 '꿈꾸는대로' 시리즈도 전시장을 채운다.
김지윤 작가는 면과 선으로 구성된 조형의 경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단절된 경계' '경보' 등에서 하나의 작품 안에 있으면서도 경계가 또렷이 구분된 면체는 복잡한 사회에서 각자의 정체성을 꿋꿋이 일구어 나가는 인간관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집에서 침실만큼 사적인 곳도 드물다. 공간을 온전히 점유하며 '나다움'을 드러내는 동시에, 미래의 상상까지 유감없이 펼쳐 보일 수 있는 공간이어서다.
김보선 작가는 '소풍'이란 작품에서 따스한 햇살 아래 반짝이는 일상의 순간들을 다정한 시선으로 담았다. 송해진 작가는 그릇을 넉넉히 덮은 '밥'을 작품 군데군데에 넣었다. 밥그릇이 다른 조형 요소들과 한데 모인 작품에서는 식탁 위 갓 지은 밥과 반찬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어느 집의 따뜻한 풍경이 스친다.
한국화의 고전적인 배경에 현대적인 소재를 넣어 형상화한 함보경 작가의 '지름신', '행복단속중'도 전시에 재미를 덧입힌다.
김이린, 자연·인간 상호작용 표현
함보경, 한국화 배경 현대적 소재
아이들 그린 엽서로 '그림 공간'도
'아이 방'은 어른들의 마음속 동심을 자극하고, 아이들에게 친숙한 공간으로 다가간다.
양은혜 작가의 작품은 익살스러운 일상의 장면을 포착해 직관적인 제목인, '다소 실망스러운 선물' 등으로 작품화했다. TOACHI, 안상희, 최정윤, 한성진 등 작가들도 이 공간에서 익숙한 만화 캐릭터나 정감 있는 이미지들로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인다.
'아이 방' 벽 하나는 중간에 마련된 '그림 공간'에서 아이들이 직접 그린 엽서들로 채워지고 있다.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계속된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