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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직원은 고연봉에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일자리다. 퇴직해서도 두둑한 교원연금이 보장돼 노후 걱정이 덜하다. 2000년대 초 IMF 여파로 극심한 취업난에, 정년 보장 관행이 깨지면서 교직원 자리가 인기 직종으로 급부상했다. 공기업과 함께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취업 경쟁률이 치솟았다.

서울대 교직원 공채에 응시하려면 토익점수가 900점은 돼야 했고, 때론 영어회화 면접을 봤다. 전문직종 자격증을 가진 응시자들이 탈락할 정도였다. 대학 조교수가 지방대 교직원 채용에 응시하기도 했다. 지방대를 노크한 명문대 출신들이 많았으나 성적표는 초라했다. 모집 인원이 열 명도 안 되는 데다 모교 출신을 우대한 때문이다.

교직원들 위상이 말이 아니게 됐다. 10년 넘게 등록금이 동결돼 대학들 재정사정이 나빠지면서다. 학령 인구의 감소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늘면서 급여와 복지 등 근무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임금 수준은 수년째 제자리인 데다 장래마저 불투명해지자 자발적인 이직이 늘고 있다고 한다.

수도권 대학에서 100명 넘는 교직원을 감축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신안산대'는 지난주 정리해고 사실을 전하며 대상자들에 공문으로 통보했다. 전임교원과 교직원 140여 명이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신입생 충원율이 떨어져 재정 상황이 악화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입학전형 등록률은 2020년 96.4%에서 2021년 56.6%, 2022년 60.4%로 집계됐다. 2023학년도 현재 60%에 불과하다.

신안산대는 '대학 기본역량진단'에서 낙제점을 받은 재정지원 제한 대학이다. 같은 처지인 화성의과학대(구 신경대), 웅지세무대, 김포대, 장안대 등도 구조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방대뿐 아니라 수도권 소재 대학들도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이나 타개책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순서대로 망한다'는 벚꽃 피는 시기가 수도권 대학들 차례까지 왔다. 학령 인구 감소로 신입생 충원율이 낮아지고 있다. 경영난이 심각한 대학들의 몸집 줄이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교직원은 더 이상 '신의 직장'이 아니게 됐다. 구직자는 줄고, 이직자는 늘고 있다. 교직원들의 정년 퇴임이 무너지게 된 세태 변화는 어쩔 수 없겠으나 경착륙은 막아야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