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처럼 사람과 공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지역일수록 애향심이 강하고 고장을 떠나지 않는 지역민들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게다가 타 지역에서 유입되는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터전을 향유하고 전파하는 매개자의 역할을 한다. 그만큼 지역에서 자라고 생산된 차와 물과 같이 지역민은 풍미를 가진 고유한 공간의 주체가 아닐 수 없다.
지역 사회에서 고향을 지키는 주체들은 이웃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같은 하늘 아래서 서로의 경조사를 같이 해 온 이웃은 공동체 이상으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우리는 그것을 철새 정치인과 기업인들을 통해 많이 답습해 왔다. 정치인의 경우 당선과 낙선 사이에서, 기업인의 경우 흥망성쇠의 갈림길에서 철새처럼 갑자기 등장해서 어느새 사라져 버리는 것. 이를 테면 철새민에게 지역은 공동체의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지만 지역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이웃을 배려한다는 데 있다. 베푸는 것에서 비롯되는 덕은 고립되지 않고 반드시 비슷한 사람을 응대하게 되게 된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이 이웃이 되면서 경외의 대상이 된다. 바로 수원의 봉 원장과 이 원장과 같이. 지역 사회가 알아주지 않아도 명분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말에 앞서 행동을 하는 특징이 있다.
수원서 활동하는 양의사·한의사
의료 봉사와 지역위한 재능 기부
개원후 30년 동안 남다른 애향심
봉 원장과 이 원장은 수원 사람으로 수원지역에서 활동하는 양의사와 한의사다. 이들의 주변에 환자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따르는 것도 여기에 있다.
바로 피부과 전문의 봉하욱 원장과 이비인후과 전문인 이만희 원장이다. 수원의 모 중고등학교 선후배 동문인 이들은 지천명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수원을 떠난 적이 없다. 대학을 졸업 후 수원에서 개원한 봉 원장과 이 원장은 자신의 전공과 미덕을 교만과 인색으로 바치지 않고, 국내외 의료 봉사와 수원 지역을 위한 탁월한 재능과 기부로 바쳤다.
그렇지만 가지 많은 나무처럼 바람 잘 날 없는 지역에서 의료인으로 존경을 받기까지는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물론 타지역 또는 신도시에서 상대적으로 편한 의료인의 길을 거부한 것도 애향심에서 출현된 것. 그것은 환자들뿐만 아니라 동종업계의 의료인 사이에서 소문이 나기까지 그만큼 의료 가치를 넘어 자아실현을 했으리라. 이들의 의료가치는 전문인으로서 철저한 사명에서 현시된 것이면서 지역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나름의 철학과 분명한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이 같은 소신이 의료행위와 더해져 수원에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지명도로 가름된 것으로 파악된다.
주민들과 '의사·환자 관계' 아닌
믿음 주고받는 이웃으로서 '편철'
개원 후 30년 가까이 수원 지역민들의 호흡 속에서 오르내리는 사이 이들의 남다른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이 파고들었을 것이다. 이른바 봉 원장과 이 원장의 애향심은 말이 아닌 후원과 기부라는 실천으로 보이지 않게 수원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거기에 의사는 질병을 치료하지만 좋은 의사는 질병을 가진 환자와 친구가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봉 원장과 이 원장은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과 봉사하는 이웃으로 수원 지역과 함께했다. 이는 자신의 병원을 찾는 환자가 국민건강보험의 의료 수급자가 아니라 믿음을 주고받는 이웃으로서 관계 맺음이 편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봉 원장과 이 원장이 유년에 지역에서 겪었던 가난이 오히려 삶의 원동력으로 표출된 것. 이로써 지명의 유례처럼 물이 많이 나는 수원을, 찻잎이 되어 향기 나는 고장으로 우려내는데 일조한 것으로 여겨진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