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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전경. /경인일보DB

40여년간 돌본 중증장애인 딸을 살해(2022년 5월 26일자 8면 보도=장애인부모연대 인천지부 "지원체계 있었으면 장애 가정 비극 없었다")한 어머니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류경진)는 19일 선고 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64·여)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로써 A씨는 법정 구속을 면했다.

A씨는 지난해 5월23일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딸 B씨에게 다량의 수면제를 먹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범행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집에 찾아온 30대 아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뇌병변 1급 중증장애인이던 딸 B씨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었으며, 사건 발생 전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지방 등을 다니며 일하는 남편과 떨어져 지내면서 38년 동안 B씨를 홀로 돌봐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살인죄를 저질러 죄책이 무겁다"며 "아무리 피해자의 어머니라고 해도 딸의 생명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이 국가나 사회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오롯이 자신들의 책임으로만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번 사건도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통해 "당시엔 버틸 힘이 없었다"며 "내가 죽으면 딸은 누가 돌봐주나.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딸과 같이 갔어야 했는데 혼자 살아남아 정말 미안하다. 나쁜 엄마가 맞다"며 흐느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