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청탁구
안산시청 탁구팀이 김건섭 감독이 부임한 이후 나선 첫 대회인 2022 내셔널 실업탁구대회(강진오픈)에서 남녀부 단체전을 동시에 석권했다. 사진은 김 감독(뒷줄 맨 오른쪽)과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한국실업탁구연맹 제공

'21년 사령탑'이 떠나고 남은 자리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김건섭 안산시청 탁구팀 감독은 지난해 6월, 2001년부터 21년간 팀을 이끌던 이재훈 전 감독으로부터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숱한 전국대회 입상으로 안산시청을 경기도 '탁구 명가'로 다져놓은 입지가 흔들릴 것이란 일부의 우려를 지우듯 '김건섭 호'는 출항부터 희망을 남겼다. 지난해 7월 김 감독이 사령탑으로 나선 첫 대회인 2022 내셔널 실업탁구대회(강진오픈)에서 남녀부 단체전을 동반 석권하면서다.

김건섭 안산시청 감독은 인터뷰에서 "지도자 생활을 26세의 이른 나이에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시작했는데, 몇 년 뒤 이재훈 감독님이 이끌어주셔서 코치로 안산에 왔다"고 돌아봤다. 그게 벌써 16년 전의 일이다.

김 감독은 이 전 감독이 마련한 팀의 기틀과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을 받아 한 단계 팀을 도약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부담이 없는 건 아니죠. 그런 감독님의 리더십을 이어받아 선수들과 같이 땀을 흘리며 뛰는 지도자가 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전임 감독 부드러운 리더십 이어
선수들과 땀흘리는 지도자 목표


안산시청은 오는 3월, 2회째 대회를 맞는 프로탁구리그 내셔널리그에 참가한다. 지난해 원년 대회에서 여자팀은 플레이오프에서 금천구청에 지며 고배를 마셨고, 남자팀은 조별리그 최하위로 다음 대회를 기약해야 했다.

김 감독은 "남자부에서 맏형인 조지훈 선수가 리그 초반 흔들리면서 팀 전체가 제 컨디션을 내지 못한 게 아쉬운 대회였다"면서도 "올해 리그를 위해 말레이시아의 국가대표팀과 며칠 전 현지에서 훈련했고, 개막에 맞춰 부상 없이 선수들의 몸 상태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바뀐 선수 구성이다. 여자팀에서 '에이스' 황지나와 안영은이 남아 팀의 주축을 맡지만, 지난해 내셔널리그에서 복식 최다승 조합인 박세리-이영은이 팀을 떠났다. 대신, 안산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김민정과 단원고 출신 수비수 이정아 등이 자리를 메웠다.

김 감독은 "복식이 중요한 대회인 만큼, 여자팀에서 왼손-오른손 조합과 수비형 조합을 골고루 테스트하고 있다"고 했다.

남자팀에서는 플레잉 코치를 맡던 조지훈이 코치를 전담하게 됐다. 김 감독은 "김지환과 오주형이 건재하고, 안태형도 군 제대 후 돌아왔다. 여기에 젊은 선수들의 패기까지 더해진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인지역 연고 팀들 사이의 경쟁도 프로탁구리그의 흥미를 얹는 대목이다. 김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이번 프로탁구리그 내셔널리그에 나서는 경인지역팀은 여자부에서 화성시청이 합류해 기존의 안산시청을 비롯, 지난해 3팀에서 올해 4팀으로 늘어났다. 남자부도 역시 1팀 늘어 4팀이 된 가운데, 이들 사이에서 치열한 순위 다툼이 펼쳐질 전망이다.

그는 "지난 대회 여자부에서 우승한 수원시청이 있고, 올해 창단한 화성시청도 남녀팀 모두 전력이 강한데 깊은 전통을 가진 우리(안산시청) 팀의 역사는 물론, 전력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꼭 승리해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