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은 가장 정중한 인사법이요, 예절이다. 절은 혼례·설 명절·수연(壽宴)·제사나 성묘·조문·예불 등의 다양한 상황에서 행하는 인사예절이다. 통상 절은 윗사람에게는 한 번, 돌아가신 분들에게는 두 번, 신에게는 세 번, 왕에게는 네 번, 황제에게는 다섯 번을 한다.
절과 관련하여 잘못 알려진 사례도 있다. 병자호란 때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나와 청 태종 홍타이지에게 행한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 세 번 절하고 한 번 절 할 때마다 세 번씩 모두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항복의식)를 역사적 굴욕의 상징으로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절반은 맞고 절반을 틀린 말이다. 이는 청이 특별히 우리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황제를 만날 때 표하는 예법이었던 것이다. 즉 황제를 만날 때 행해야 하는 청나라의 예절이었다.
이 같은 청의 전 근대적 예법으로 인해 청-영국의 통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한다. 이희진 박사의 '옆으로 읽는 동아시아삼국지'(2013)에 따르면, 이 같은 예법을 영국이 외교적 관례상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청과 영국의 통상이 백년 가량 늦어졌다는 것이다. 황제 앞까지 무릎으로 기어가서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전 근대적 예법을 영국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 유형의 절 중에서 새해 첫날 집안 어른들께 드리는 인사가 바로 세배다. 세배도 유형과 등급이 있다. 신하가 임금에게 드리는 새해인사는 조정하례(朝庭賀禮)요, 임금이 천지일월성신에게 풍년을 기원하며 올리는 세배는 기곡축년(祈穀祝年)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그밖에는 장유유간(長幼有間)의 인사다. 그리고 절과 관련하여 남자는 양(陽), 여자는 음(陰)이라는 음양의 원리에 따라 보통 남자는 1번, 여자는 2번을 절하는데 큰 의식 때는 여기에 각각 두 곱씩을 더하였으나 요즘에는 남녀차별이라 하여 폐지됐다.
세배는 차례를 마치고 차례에 참여했던 가족들이 집안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우리 고유의 풍습이며 몸과 마음을 다잡는 신일(愼日) 의례다. 관점에 따라 이를 전통문화로 또는 전 근대적 예법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점차 명절 쇠는 가정이 사라지고 설의 의미가 퇴색되어가는 요즘 새해 가족과 친지간에 인사를 나누는 세배 문화라도 잘 이어갔으면 좋겠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