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지 기후변화저널(Nature Climate Change) 최근호에서는 '지구가 빠르게 뜨거워지는 이유는 인간활동에 의한 기후변화이다'라고 현재 상황을 요약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산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opernicus Climate Service, C3S)는 2022년 기후변화 연차보고서에서 2022년을 5번째로 더운 지구였고, 유럽의 여름 최고기온을 0.4℃ 갱신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갈아치운 기록조차 바로 그 전 해인 2021년 기록이며,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대 대비 약 1.2℃ 높았다고 보고되었다. 미국 남서부 지역은 지난봄에 1천200년 만에 겪는 최악의 가뭄을 이겨내다가, 이번 겨울 뉴욕 인근에 125㎝ 폭설과 겨울 폭풍으로 60여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더니 다시 봄이 되면서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는 대량의 수증기를 몰고 온 대기천(Atmospheric River)으로 인해 강한 바람과 함께 폭우가 쏟아졌다. 전 세계는 종잡을 수 없는 기후변화의 여파로 이상기상 현상을 준비도 안 된 채 맞이하고 있다.
한국 수도권도 마찬가지이다. 2022년 여름철(6~8월) 평균기온은 24.6℃로 평년보다 0.6℃ 높았고, 강수량도 1천223.1㎜로 평년(평년비슷범위 670.6~881.3㎜)보다 많았다. 특히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평년에 비해 자주 불어 열대야 일수가 14.3일(평년 대비 +6.1일)로 역대 네 번째로 많았던 한 해로 서울, 수원, 양평, 이천은 열대야가 6월에 최초로 발생할 정도로 여름이 일찍 찾아왔다. 또한 8월8일 서울 동작구에는 1시간 최다강수량이 141.5㎜를 기록하며 이례적인 폭우와 살인적인 열대야가 지난 여름이었다면, 이번 겨울은 평년보다 16일 빠른 한강 첫 결빙이 기록될 정도로 매섭고 일찍 추위로 시작하였다. 세밑 한파를 벗어나 1월 초 포근한 날이 이어지는 듯하였으나, 또다시 매서운 한파가 한반도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1월13일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지점에서 일 최고기온 극값(서울·인천 10.1, 수원 9.4)을 보인 반면, 명절 연휴를 지나며 1월25일에는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은 기온(서울 -17.3, 파주 -21.9)을 기록하였다. 서울은 한 주를 두고 온도가 27도 이상 차이가 나는, 추웠다 더웠다 하는 유난스럽고 이상한 겨울을 경험하고 있다.
이상기상과 기후위기 시대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제정되고, 기상청은 기후위기 적응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국가에 이어 광역지자체 제3차 기후위기 적응대책 세부시행계획 수립이 완료됨에 따라 수도권 기초지자체도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에 수도권기상청은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정책 수립 지원을 강화하고 찾아가는 간담회와 1대 1 지역 맞춤형 기후변화 정책 지원 등 적극적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지자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나가고자 한다. 수도권은 기본적인 도시 인프라 기반 시설이 확충되어 운영되고 있지만 앞으로 일어날 기후변화 현상은 인구의 절반이 사는 수도권 시민들과 기업들에 얼마만큼의 피해를 발생시킬지 아무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유달리 호들갑을 떠는 것을 '유난'스럽다고 한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비는 조금은 유난스러워도 괜찮지 않을까.
/송근용 수도권기상청 기후서비스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