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씨의 딸이 학교에 가려면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인천도시철도 1호선 귤현역으로 가서 전철을 이용해 부평역까지 이동한 뒤 다시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버스나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간을 제외하고 50분 이상 걸린다.
윤씨는 "집과 가까운 거리대로 학교를 지망했는데, 12지망으로 지원한 학교에 입학하게 됐다"며 "아이가 학교에 통학하는 것만으로도 녹초가 될 게 뻔한데, 인천시교육청은 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대책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황금돼지띠' 신입생 3천명 많아
"12지망 학교 입학" 학부모 분통
올해 인천지역 일반계 고등학교 배정 결과를 놓고 계양구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윤씨의 딸처럼 계양구 북쪽의 동양동과 귤현동 일대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멀리 떨어진 부평구 내 학교로 배정받는 기막힌 일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윤씨의 딸이 다니는 학교 주변에서만 20여 명의 학생이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인천 지역 일반계 고등학교는 ▲1학군(중구, 동구, 미추홀구, 연수구, 남동구) ▲2학군(부평구, 계양구) ▲3학군(서구) 등으로 분류돼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이 속한 학군의 모든 고등학교를 순서대로 지망한 뒤, 추첨으로 학교를 배정받는다.
1지망으로 지원한 학교의 정원보다 많은 학생이 몰려 추첨에서 탈락하면 뒷순위 학교로 배정받는 방식이다. 2학군 여학생은 총 18개 학교를 지망하게 된다.
인천시교육청은 '황금돼지띠'(2007년생) 영향으로 올해 고등학교 신입생이 전년보다 3천명 정도 많아지면서 이 같은 일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전학에는 이사·건강상 이유 필요
"내년에는 관계 부서와 대안 마련"
하지만 인천시교육청은 원거리 통학하는 학생들을 구제할 대책이 없다고 25일 밝혔다. 고등학생이 전학하려면 인천 내 다른 학군으로 이사하거나 원거리 통학이 어려운 건강상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 또는 원거리 통학으로 학교생활 적응을 어려워한다는 학교 관계자 의견이 필요하다.
인천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올해 고등학교 신입생이 늘어난 것에 대비해 학교 정원을 일시적으로 확대했으나, 모든 학생을 1순위에 수용하기는 어려웠다"며 "내년에는 비슷한 학생들이 생기지 않도록 관계 부서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