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까지 너무 철저하게 외면 당해서… 이런 아이는 본 적이 없거든요."
지난 20일 철원 목련공원 양지바른 곳에 오밀조밀 자란 에메랄드그린 한그루가 들어섰다. 부모의 방임으로 숨진 뒤 3년 가까이 김치통에 버려졌던 생후 15개월 아동(12월6일 인터넷 보도=15개월 딸 숨지자 김치통에 넣어 유기한 친모… 영장실질심사)이 나무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수목장에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이하 대아협) 회원 5명이 함께했다.
이 자리에 있었던 이모씨는 "사연이 너무 안타까워서 대아협에서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모아 수목장을 치르게 됐다"고 말했다.
유족은 피해 아동의 마지막 길조차 함께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대아협은 시신 인수를 포기한 유족을 대신해 포천의 한 장례식장에서 조촐하게 발인제도 치렀다. 향이 피어 올랐지만 반나절 간 임시로 마련된 빈소에서 대아협 회원을 제외한 추모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숨진뒤 김치통에 버려졌던 아이
시민단체 회원 5명, 수목장 치러
아동의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는 수사기관 등도 동참했다. 이들은 아동을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한 마음을 담아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검찰은 경기북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함께 아동의 장례를 지원했다. 검찰은 통상 범죄 피해자 지원 제도를 통해 유족이 사후 청구하는 피해자의 장례식 비용 등을 지원하는데, 이 사건은 이례적으로 선제적인 예산 지원이 이뤄졌다.
대아협은 이번 사건처럼 학대로 숨진 아동의 마지막 길에 대체로 가족이 함께 하지 못한다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공혜정 대아협 대표는 "친권자가 학대 가해자인 상황상 장례를 치르기 위한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고 유족마저 시신 인수를 포기하면 지자체에서 무연고 장례를 치르는 게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고 했다.
유족들마저 시신 인수 포기하면
지자체 무연고 장례 유일한 대안
한편, 이 사건의 피해아동은 포천시에서 진행한 만 3세 가정양육 전수조사를 통해 부재가 드러났다. 시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부모의 범행이 밝혀졌다.
친모는 지난 2020년 1월 평택의 자택에서 15개월 된 아동을 방치해 숨지게 하고 약 3년간 유기했고, 친부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이후 아동의 시신을 김치통에 옮겨 서울의 자택에서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아동이 사망한 이후에도 양육수당 등을 부당하게 타낸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