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화(39)는 2000년대 초 수원에서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15년을 복역했다. 빌라에 침입해 혼자 사는 20대 여성을 노렸으나 좀체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잽싼 몸놀림으로 '수원 발발이'라 불리면서 수년간 젊은 여성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지난해 10월 만기출소한 그가 화성의 한 원룸에 거주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이 발칵 뒤집혔다. 주민들이 퇴거를 요구하며 연일 집회에 나섰고, 시장과 지역 정치인들이 가세했다. 퇴출 움직임이 거세자 집주인은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연쇄 성폭행범은 문을 잠근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박병화가 며칠 전 극단적 선택을 했다가 병원으로 옮겨졌다. 주거지를 방문한 보호관찰관이 "생체반응이 없어 문을 열어야 할 것 같다"고 112에 신고해 화를 면했다. 발견 당시 항우울제를 다량 복용해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생명에 지장이 없고, 대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얼마 전 기초생활수급비를 신청한 사실도 전해졌다.
성폭력 전과자는 재범 가능성이 높아 출소 뒤에도 관리를 받는다. 미성년자를 노린 흉악범이거나 누범일 경우 경찰이 거주지에 전담 인력을 배치해 관찰한다. 그런데도 초등생을 잔혹하게 성폭행한 조두순의 거주지 인근 주민들은 그의 퇴거를 요구하며 2년째 투쟁 중이다. 지난해 출소한 김근식은 의정부시 소재 갱생시설에 입소하려다 극렬한 저항에 부딪혔다. 시장이 도로를 막고 농성하는 모습이 생중계될 정도로 지대한 관심을 받았는데, 추가 성추행 혐의로 재수감돼 충돌을 면했다.
정부가 성폭력범의 재발을 막기 위한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소아성애 아동 성범죄자의 치료감호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의결됐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성범죄자 다큐멘터리 두 편을 간부들에게 소개하며 정책 방향에 참고하라고 권했다. 출소한 성범죄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과 형기를 마친 성범죄자들이 별도로 격리된 시설을 다룬 작품이다.
출소자의 거주지를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 흉악범이라도 만기 출소했다면 거주지를 택할 자유가 있다. '자유인'이 된 성폭행범의 인권과 자녀를 걱정하는 불안 심리가 충돌하면서 갈등이 증폭된다. 여성과 아동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기본 책무이다. 조두순, 김근식, 박병화의 인권이 먼저일 수 없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