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한파와 폭설 등으로 배달 대란이 벌어지면서 배달비가 덩달아 치솟자, 부담이 커진 점주들이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지 않고 하나둘 직접 배달에 나서고 있다. 과거처럼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는 점주들도 생기는 등 플랫폼 중심의 배달업계에 지각 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수도권 지역에 5㎝ 이상의 많은 눈이 내린 지난 26일,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에선 배달비에 추가 할증 요금이 붙었다. 그럼에도 다수의 지역에선 배달 라이더 배차가 1시간 넘게 이뤄지지 않았다. 폭설에 라이더들이 아예 운행에 나서지 않아서였다. 한 배달대행업체는 운행에 나서겠다는 라이더들이 없어, 이날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이르기까지 했다.
이달, 지난해 10월比 23.7% 증가
2만원 음식 배달땐 9천여원 지출
대행업체 안 끼고 배달원 고용도
애가 타는 것은 음식점주 등 자영업자들이다. 날씨 탓에 배달 수요가 높아지는데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영업에 문제가 된다. 1만원에 육박한 배달비를 감수하고서라도 배달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와 모바일인덱스 등에 따르면 이달(1월) 기준 배달비는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23.7% 증가했다. 잦은 폭설과 한파 등으로 할증이 붙는 경우가 늘었다. 현재 2만원의 음식을 배달해 판매하면 부가세와 배달업체 이용비 등으로 9천원 가량이 나간다는 게 점주들의 설명이다. 1만1천원 정도가 남는데 식재료 가격과 전기요금, 가스비 등이 오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적자다.
사정이 이렇자 자영업자들은 배달에 나가는 비용을 줄이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직접 배달에 나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수원 지동에서 중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하루에 자장면 몇 그릇 파는데 배달비만 4천~5천원에 달해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직접 배달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예전처럼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점주들도 생기고 있다. 다만 인건비도 많이 올라, 점주들은 배달대행업체 이용과 직접 고용 사이에서 이익률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달비 문제는 자영업자들의 생존권과 맞닿아있다. 과거처럼 음식을 직접 배달하거나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는 형태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