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를 겨우 버텨냈던 인천 지역 목욕탕들이 이번에는 도시가스와 전기 등 주요 공공요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27일 찾은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목욕탕. 입구에 들어서자 요금 인상을 알리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주변의 다른 목욕탕들에 비해 1천~2천원 저렴한 편이라 동네 주민들뿐 아니라 택시기사나 다른 지역에서 오는 손님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부터 몇 차례 휴업하는 등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 지난해 방역수칙이 완화하면서 다소 나아질 거란 기대감이 있었지만 목욕탕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은 갈수록 뜸해지고 있다.
목욕탕 직원 A(62)씨는 "손님이 없어도 사우나와 온탕을 계속 가동해야 한다"며 "도시가스와 전기 요금은 고정된 지출인데, 작년 가을께부터 요금이 크게 뛰어 목욕비를 올리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인천서 사우나·찜질방 등 47곳 폐업… 지난달 기준 207곳만 운영 중
도시가스 17.4%·전기 9.5% 상승 입욕료 인상… 손실 줄이려 휴업도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인천에서 영업하고 있는 목욕탕·사우나·찜질방은 207개다.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 3월 이후 폐업 신고를 한 시설은 47개로, 3년 사이 5곳 중 1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군·구별 폐업 시설은 미추홀구가 8개로 가장 많고 서구(7개), 남동구와 부평구(각각 6개) 순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운영 중인 목욕탕은 이보다 적다. 한국목욕업중앙회 인천시지회에 따르면 폐업 신고를 하지 않고 휴업한 채 남아있는 목욕탕이 지역 내 30여 곳에 이른다.
폐업하고 싶어도 목욕탕 시설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해 무작정 문을 닫기도 어렵다. 시설 투자에 들어간 대출금을 갚지 못한 상황에서 공공요금마저 오른 이상 휴업을 택하는 게 손해를 줄이는 방법이라는 게 업주들 반응이다.
운영을 이어가는 목욕탕들도 공공요금 부담이 커지면서 목욕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목욕탕과 소각장 등의 업종에 부과되는 영업용2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10월 1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8.31원으로 17.4% 올랐다. 이미 지난해 4월과 7월 각각 1.2%, 7.7%씩 올랐는데 갈수록 인상 폭이 커진 것이다. 전기요금도 이달부터 1kwh당 13.1원이 인상돼 지난해 대비 9.5% 상승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의 개인서비스요금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달 기준 인천 내 평균 목욕요금은 8천333원으로, 2년 전인 2020년 12월과 비교해 이미 1천333원 인상된 상태다. 하지만 공공요금 인상이 이제 시작된 만큼 목욕요금도 당분간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김효숙 한국목욕업중앙회 인천시지회 사무국장은 "정부에서 공공요금 추가 인상을 언급하고 있어 업주들 사이에서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상수도 요금이 오를 가능성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폐업하는 곳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