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육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남성 장애인을 차별 없이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에 사는 30대 양준호씨는 지체장애가 있다. 양씨는 비장애인 여성과 결혼해 초등학교 입학 전인 아들과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다. 장애인은 출산과 육아에서 비장애인보다 많은 제약을 받는다. 양씨 또한 자녀를 돌볼 때 장애의 벽에 부딪히곤 했다.
비장애인 여성배우자 두면 미해당
서울·성남·파주 등 일부서만 지원
인천시 신청자 적어 1년만에 폐지
정부와 지자체는 장애인의 출산·육아 부담을 줄이고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고자 각종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양씨는 장애인 출산·육아 정책에서 남성이 늘 소외되고 있다고 말한다. 양씨는 "출산·육아 관련 장애인 지원책은 대부분 여성만 대상자"라며 "하지만 출산과 육아의 어려움은 여성·남성 장애인 가정 모두에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육아를 오로지 여성 장애인 몫으로만 판단하는 정책은 옳지 않다"고 했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은 장애인 출산비용 지원(출산지원금) 사업이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는 국·시비로 장애인에게 태아 1명당 100만원의 출산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사업 대상은 여성 장애인으로, 비장애인 배우자를 둔 남성 장애인은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서울시, 성남시·파주시, 전북 군산시 등 일부 지자체는 자체 예산을 편성해 남성 장애인까지 범위를 확대해 지원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2020년 '남성 장애인 출산비용 지원사업'을 시행했지만 1년 만에 사업을 폐지했다. 신청자가 적다는 이유다.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7% 수준"이라며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장애로 인해 능동적으로 아이를 돌보기 힘들다는 점은 여성·남성 장애인 모두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출산·육아는 남녀 모두의 역할인데 남성 장애인을 배제하는 건 평등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여성만 혜택 예산 효율성도 떨어져
'장애인 가정으로 확대' 정부 건의
여성 장애인에게만 출산비용을 지원하는 건 예산 운용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 여성 장애인 출산비용 지원 현황을 보면, 2021년과 지난해에는 목표인원 82명 중 각각 57명, 63명이 출산지원금을 받았다. 2018~2022년 5년 동안 목표인원을 채운 적이 없다. → 표 참조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 장애인 출산비용 지원사업은 예산을 마련해도 전부 소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남성 장애인 가정까지 포함하면 예산 집행률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장애인 가정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출산지원금 대상을 여성 장애인에서 '장애인 가정'으로 확대해 달라고 건의하는 공문을 국비사업 주체인 보건복지부에 보낼 예정"이라며 "복지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인천시 차원에서 남성 장애인 출산비용 지원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