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곤시대 벗어났다면 이젠 지켜야
더불어 삶 찾지못하면 모두가 궤멸
우리 사회는 해방 이후 실로 어려운 경로를 거쳐 경제적 성장과 함께 일정 부분 민주주의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지금 한 줌의 정치권력이 전 사회를 맹목적으로 퇴행시킴으로써 파멸의 위험으로 치닫고 있다. 법치주의의 허점을 이용해 기회적으로 권력을 장악한 법 기술자들, 그들과 결탁하여 한 줌의 이익에 탐닉하는 무리들이 독점과 특권을 남용하고 있다. 이를 경고해야 할 민중은 한 줌의 경제적 성취에 현혹되어 맹목적으로 추종할 뿐이다. 매몰찬 추위 속에 지금의 곁불이 너무도 달콤하다. 그러니 생각을 버리고 가야 할 그곳을 보지 않은 채, 벗어나야 할 맹목에 안주한다.
사람은 개인적이며 실존적인 영역에서 자신의 삶을 이끌어 가지만 그 삶은 철저히 공동체적 특성 안에 자리한다. 구체적 삶을 살아가는 것은 개체이지만, 그 개체는 공동체 없이 결코 가능하지 않다. 인간은 철저히 개인적이면서 공동체적이다. 공동체가 무너지면 개인도 부서진다. 우리 삶을 지키기 위해 사회를 지켜야 한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가 개체의 실존을 보지 않음으로써 실패했다면, 자유주의는 공동체와 사회를 외면함으로써 개인의 삶조차 파멸로 몰아간다. 혹독한 빈곤과 야만의 시대를 벗어나는데 성공했다면, 이제는 그것을 지켜내야 할 때가 되었다. 성공은 험난하지만 파멸은 한 순간이다. 삶의 경로와 행동 규범을 바꾸지 않으면 위험은 증폭될 뿐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원리를 찾지 못하면 모두가 파멸할 것이다. 파멸을 막기 위해서는 위기의 원인을 알아야 하고, 그를 벗어나기 위해 삶과 행동을 바꿔야 한다. 다른 길은 없다. 괴롭고 힘들지라도 이 길을 포기하면 지난날의 야만으로 돌아갈 것이다. 자신이 초래한 파멸 앞에서는 신조차 위로마저 거부한다.
법치 넘어선 정당한 정치회복 필요
공동체 못 살리면 개인삶도 사라져
평화 원한다면 행동 바꿔야 할때다
우리 사회가 이룩한 경제적 성장과 민주화의 성취를 지켜내려면 공동선의 원리를 찾아야 하며, 그것을 실천하는 행동 규범을 정착시켜야 한다. 그 길은 정치권력의 전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른바 보수 진보라는 허상에 갇혀 다른 정권을 선택한들 달라질 것은 없다. 이미 촛불 집회와 그 결과를 보면서 학습하지 않았는가. 법치를 넘어서는 정당한 정치의 회복이 필요하다. 기득권을 독점한 자본과 관료, 전문가 집단의 특권에 맞서야 한다. 그 논리를 확대 재생산하는 지식인과 독점 언론을 해체해야 한다. 민중이 깨어나고 시민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공동선을 알지 못하면 실존적 지평은 무너지며, 공동체를 살리지 못하면 개인의 삶도 사라진다. 괴롭지만 가야 할 길을 가지 않으면 위험은 파멸로 귀결된다. 지금 이 위기가 우리에게 외치고 있다. 평화를 원한다면 행동을 바꿔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지 않으면 함께 죽어간다. 한 줌의 특권과 이익에 탐닉할 때 그 끝은 오직 파멸뿐이다.
20세기의 성공은 21세기의 위기를 넘지 못한다. 해방 이후의 성취는 민주화 이후의 삶을 보증하지 못한다. 지금 알아야 하고 생각해야 하고 행동해야 한다.
/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