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수-노무사.jpg
유은수 노무사
최근 메타, 트위터, 아마존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이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다는 뉴스가 줄을 잇는다. 총 감원 규모가 약 8만명에 이른다고 하니 '칼바람'이 따로 없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법적으로 해고가 훨씬 쉽다는 차이가 있지만, 세계적 경기 침체의 영향이 한반도만 비껴갈 수는 없다. 한국도 금융권 등을 중심으로 희망퇴직 열풍이 시작될 조짐이 보인다. 해고 등 비자발적 퇴직에 현명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아래의 핵심적인 대응 방법을 소개한다. 


퇴직관련 소통 기록·녹음 남기고
조짐 느꼈다면 전문가 조언 필요

해고, 사직서 쓰고 서명해선 안돼
사유 등 요건 벗어나면 '부당해고'
복직·금전 보상 선택 결정 빨라야


첫째, 퇴직 관련 모든 소통을 기록으로 남겨라.

통상적으로 해고, 희망퇴직 등 퇴직 통보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이뤄지지 않는다. 해고의 경우 인사위원회 개최나 구두경고, 대기발령 등의 전조가 있을 수 있으며 퇴직 권고는 사전에 신청을 받거나 특별 면담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조짐이 보일 때부터 가급적 이메일, 메신저 등 기록이 남는 소통 수단을 이용하거나 면담은 반드시 녹음하는 편이 좋다. 한국에서는 당사자 사이의 대화를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해도 위법하지 않다.

둘째, 가능한 한 빨리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라.

회사에서 해고, 퇴직과 관련하여 평소와 다른 조짐을 느꼈다면 가능한 한 빨리 노무사 등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을 권한다. 블로그나 유튜브 등은 보통 일반론만을 제시하므로 한계가 있다. 개별 근로자가 처한 구체적인 상황을 전문가와 공유하고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분쟁에 꼭 필요한 유리한 자료를 남기는 것이 좋다. 또 근로자가 감정적이고 서툴게 대처하면 그 자체로 해고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대응이 무엇인지 알 필요도 있다. 근로자 스스로 초기 대응을 잘못해서 일이 커진 뒤엔 억울한 상황인데도 노무사가 손 쓸 도리가 없는 경우가 꽤 있다. 위기 앞에서 상담 비용을 아깝게 생각하지 말자.

셋째, 권고사직과 해고는 큰 차이가 있다.

근로기준법은 해고의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기 때문에 많은 사용자는 해고를 감행하기 전에 명예퇴직·희망퇴직·권고사직 등의 절차를 거친다. 그 이름은 다양하지만 모두 퇴직할지 말지 근로자의 선택에 맡기고 얼마간의 보상을 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방식의 퇴직이다. 이와 달리 해고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강제적 퇴직이며 근로자의 의사를 묻지 않는다. 권고사직 등의 절차에서는 근로자가 합의금(위로금)을 고려하여 퇴직 여부를 결정하고 퇴직한다면 사직서를 쓰는 경우가 많지만, 해고 국면에서는 절대로 사직서를 작성·서명해서는 안 된다.

넷째, 이렇게 해고하면 무조건 부당해고다.

근로기준법은 해고의 절차·사유·시기를 규정하므로, 법의 요건을 벗어나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절차와 관련해서 해고는 그 사유와 시점 등을 구체적으로 담은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사용자가 말로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고 해고한다면 근로자의 잘못과 상관없이 부당해고다. 또 근로자에게 계속 일을 시킬 수 없을 정도의 잘못이 있어야 정당한 해고 사유다. '업무 성과 부진'은 수년간 교육 기회 등을 부여했음에도 계속 최하위인 심각한 수준이 아니면 웬만해선 인정되지 않는다. 시기와 관련, 산업재해 또는 출산으로 휴업 중인 기간과 그 후 30일 안에는 근로자를 해고해선 안 된다.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 해고 회피 노력, 공정한 해고 대상자 선정, 근로자 대표와 성실한 협의 등 일반해고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 다만, 해고의 법적 요건은 사업장의 상시 근로자가 5인 이상인 경우에 적용된다.

다섯째, 부당해고 분쟁은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

해고를 당했는데 부당해고로 생각되어 복직이나 금전 보상을 다투고 싶다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하거나, 관할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결정은 빨라야 한다.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은 해고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는 제척 기간이 있으므로 이를 넘기면 각하된다. 해고무효확인소송은 기간의 제한은 없지만, 노동위원회 절차보다 소송에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소 제기는 빠를수록 좋다.

/유은수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