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포드 영어사전'에는 한글·김치·막걸리·온돌 등 상당수의 우리말이 등재돼 있다. 한글과 김치 등은 그렇다 해도 온돌이 들어가 있다는 게 신기하다. 보일러가 대세인 지금 온돌방은 우리에게도 귀하기 때문이다. 한 세기 전 지리학자이며 여행가였던 이사벨라 비숍(1831~1904)의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에도 온돌 얘기가 나온다. 비숍과 그 일행은 침대가 아니라 난생 처음 경험하는 온돌방에서 자다가 타죽거나 화상을 입을 뻔했다고 적고 있다.
우리 온돌은 러시아의 페치카, 중국의 캉(坑)과 함께 인류사회의 대표적 난방 장치다. '구당서(舊唐書)'에도 장갱(長坑)이란 이름으로 우리 온돌에 대해 소개하고 있으며, 우리의 기록으로 '세종실록' 을사년(1425) 7월조에 온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고고학적으로 보면 온돌은 청동기, 철기시대는 물론이고 심지어 석기시대의 유구들에서도 발견된다고 한다. 온돌의 분포도 매우 흥미로운데 온돌의 북방한계선은 몽골 이남이며, 남방 한계선도 화북지역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고 한다. 어쩌면 온돌이야말로 고대 우리 한민족의 강역(疆域)과 활동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 이전까지 성황을 누렸던 찜질방은 침대가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온돌에서 살아왔던 문화유전자가 남아있기 때문에 생겨난 문화라 하겠다. 아무리 침대가 좋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따끈한 온돌방에서 자거나 휴식을 취해야 몸이 풀리고 개운해진다. 산후조리에도 뜨끈한 온돌방은 최고의 회복 방법이다.
대한을 지나 주말(4일)이면 벌써 입춘이다. 격렬했던 맹추위가 조금 주춤해졌지만 여전히 춥다. 그러나 난방비 폭탄으로 따끈하게 겨울나기가 부담스럽다. 벌써 38.5%나 오른 주택용 도시가스요금도 그러하려니와, 액화천연가스 가격이 69.3달러까지 치솟다 최근 35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지만, 재작년까지만 해도 네덜란드 현물가격기준으로 100만Btu당 2달러 정도였다. 여기에 전기요금마저 계속 오르고 있어 서민들의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보일러 고장으로 한번 고생하고 나니 추위가 얼마나 고통스럽고 불편한지 절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1천800억원 정도 규모의 난방비 긴급 지원을 지시했다고 하나 서민들의 난방 복지에 대한 더 높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