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A씨는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겠다"는 연락과 함께 전 남자친구에게 스토킹을 당하기 시작했다. 가해자는 A씨를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만남을 강요했다. 미행·주거침입과 더불어 A씨의 근무지까지 찾아와 횡포를 부리기도 했다. 스토킹을 멈춰 달라는 A씨의 말에 가해자는 "내가 죽으면 다 끝나는 일"이라며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극심한 공포감과 스트레스로 신체화 증상까지 겪게 됐다. 문자를 받거나 특정 상황에 놓였을 때 공포와 불안 등 신체적으로 반응이 나타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생긴 것이다. A씨는 수개월 간 스토킹을 홀로 감당하다 결국 여성 긴급전화 1366에 도움을 청했다.
인천 지역에서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침입·근무지 횡포에 협박도
극심한 공포·불안 일상에 어려움
작년 인천 피해 상담 386건 '급증'
31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1366 인천센터 등 인천시에 접수된 스토킹 피해 상담 건수는 386건을 기록했다. 2020년(73건)보다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스토킹 범죄 피해 신고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인천 지역에서는 2천692건의 스토킹 범죄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인천시는 스토킹 처벌법 제정 이후 스토킹 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며 상담·신고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천시는 다만 지난해 9월 '서울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등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는 만큼 피해자 보호·지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봤다. 실제로 최근 인천에서는 스토킹으로 112에 신고를 당한 지 1시간 만에 전 연인을 찾아가 흉기로 살해하려 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는 일(1월26일자 6면 보도=스토킹 신고 1시간만에 전 연인 살해미수)이 발생하기도 했다.
市, 여성 1인 점포에 비상벨 설치
현관 보조키 등 안심홈세트 지원
인천시는 인천경찰청, 자치경찰위원회와의 협업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인천시와 인천경찰청은 올해 스토킹 대응에 취약한 여성 1인 점포를 대상으로 '비상벨' 설치 사업을 추진한다. 편의점에 설치된 112 비상벨과 같은 개념으로, 여성 1인 점포에 경찰이 즉시 출동할 수 있는 비상벨 설치를 지원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다인 가구보다 스토킹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 1인 가구에도 현관문 보조키와 휴대용 비상벨 등 범죄 예방 안심홈 세트를 지원할 예정이다. 남동구·부평구에서 시범사업으로 이뤄지는 이번 여성 1인 가구·점포 지원사업은 각각 100가구, 100점포를 대상으로 할 전망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등으로 여성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스토킹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을 경찰과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