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한해, 남북 평화무드가 한껏 고조됐다. 4월에 남북정상이 판문점 도보다리를 거닐었고, 6월엔 역사적인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으며, 9월엔 평양 3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다. 당연히 접경지역인 경기도에도 훈풍이 불었다. 파주 도라산역이 남북 교류의 관문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도내 접경 시·군은 남북교류의 수혜지역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정작 접경지역 경제웅도인 경기도의 당시 이재명 도지사는 평양정상회담 수행단에서 제외됐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만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당내 경선 앙금이 거론됐지만 확인할 도리는 없었다. 하지만 역시 이재명이었다. 그해 11월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가 '1차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개최한다. 북한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 일행이 참석한 행사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이 지사와 이화영 평화부지사가 북한 귀빈을 극진히 영접했다. 그 덕분인가, 이 부지사가 "북측에서 여러 차례 이 지사의 방북 초청 의사를 밝혔다"고 브리핑했다. 이 지사가 '육로로 가고 싶다'고 하자 리종혁은 '다른 경로로 좀 더 일찍 오는 게 좋지 않겠냐'고 답했다는 환담 내용도 밝혔다. 이 지사는 북한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중앙정부에서는 큰 방향을 잡지만 잔뿌리를 내리게 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방북 의사를 강력히 희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도지사 이재명의 방북은 실현되지 않았다. 이 부지사가 2019년 필리핀에서 열린 2차 국제대회에서도 경기도와 북한 교류를 위해 애썼지만, 하노이 미북 2차정상회담에서 망신당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또 다시 국경을 폐쇄했다.
2023년 현재 민선7기 경기도 남북교류사업 결과는 참혹하다. 쌍방울그룹의 법인카드를 썼던 평화부지사는 감옥에 갔다. 이 부지사와 경기도의 대북교류를 배후에서 지원한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은 총 800만 달러를 북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광물 채굴권 확보를 위한 로비자금이라는데, 이 중 300만 달러는 전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위한 비용이라고 진술했다. 채굴사업도 이 지사의 방북도 없었다. 북한에 사기를 당한 셈이다. 광풍처럼 몰아쳤던 남북 데탕트가 빚어낸 촌극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만 새로운 사건의 지평선에 섰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