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천지역 국가산업단지 내 휴·폐업 기업이 최근 5년 새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로 경영악화를 이기지 못한 기업이 공장을 경매 매물로 내놓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유찰되는 등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일 오전 10시께 찾은 인천 미추홀구 주안국가산업단지 내 한 공장 앞. 닭과 오리고기를 가공하는 업체가 자리했던 이곳은 현재 경매 매물로 나온 상황이다.
우편함에는 주인 없는 우편물이 가득 차 있었고, 굳게 닫힌 유리문에는 등기 우편을 수령하라는 내용이 적힌 안내문이 여러 장 붙어 있었다. 이 업체의 1t 냉동 트럭은 공장 앞에 오래 주차돼 있었는지 주변에 쓰레기가 쌓인 채 방치돼 있었다.
인근 다른 공장에서 일하는 30대 직원 A씨는 "작년 초 공장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9월께부터 가동을 멈췄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후로 지금까지 사람이 오가는 걸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작년 109개 기업' 최근 5년중 가장 많아… 휴업은 21개로 4배이상 늘어
은행·채권자 돈 못갚은 공장들 쏟아져… 지난달 총 20건 중 19건 유찰도
이처럼 경영환경이 나빠지면서 문을 닫는 인천지역 공장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실이 한국산업단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정부 관할 국가산업단지 휴·폐업 기업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인천 내 국가산업단지에서 휴업 또는 폐업한 기업은 109개로 파악됐다. → 표 참조
이는 최근 5년(2018~2022년) 중 가장 많은 숫자다. 2018년 19개, 2019년 38개에 그쳤던 휴·폐업 기업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77개)부터 많이 늘었다. 2021년 106개로 세 자릿수를 넘긴 데 이어 지난해 다시 한 번 최고치를 뛰어넘었다.
특히 2021년 5개에 그쳤던 휴업기업이 지난해에는 21개로 4배 이상 늘었다. 이는 경영이 악화한 기업들이 폐업신고를 할 경우 공장 내 설비와 기계를 처분하는 데 드는 비용 때문에 우선 문만 닫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주안산단 인근의 부동산 공인중개사 B씨는 "50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설비투자에 들어가는 비용이 수십억원 단위인데, 요즘 같은 시기에 공장을 닫고 기계를 되팔려면 감가상각을 빼도 제값의 절반을 못 받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은행이나 채권자한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경매로 나온 공장들도 있다. 대한민국 법원경매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경매 매물로 올라온 인천지역 공장시설(공장·아파트형 공장·지식산업센터 등)은 총 20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곳만 지난달 30일 낙찰돼 주인을 찾았을 뿐, 나머지 19곳은 모두 유찰된 채 다시 매각 기일을 앞둔 상황이다.
2차례 이상 유찰된 공장시설도 4곳으로 나타났다. 주택과 달리 경매에 나온 공장의 감정가액에는 토지와 건물 외에 기계와 설비에 대한 비용도 반영되기 때문에 감정가와 일치하는 금액에 낙찰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매물을 사들이려는 기업이 같은 업종이 아닌 이상 설비를 활용할 수 없어 낙찰자 입장에서 이를 처분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시설 확장 등 추가 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 공장 관련 경매 매물의 낙찰률은 당분간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