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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대학 교수의 못다 한 강의┃소진광 지음. 한강 펴냄. 278쪽. 2만원


9788957945223
후진 양성을 위해 평생을 바친 이가 마지막 강의에서 남기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자신이 선택한 학문에 더욱 정진하라는 채찍질? 탐구의 즐거움? 혹은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자부심 등 아닐까. 소진광 전 가천대 부총장은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남기기 보다는 학문이 가진 한계와 후진들이 풀어야 할 숙제를 남겼다.

신간 '어느 대학 교수의 못다 한 강의'는 소진광 교수의 철학이 사회과학의 도구로 정리돼있다. 대외적으로는 한국행정학회 부회장과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 한국지역개발학회 회장, 새마을운동중앙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학교에서도 사회정책대학원장과 부총장 등을 역임한, 거칠게 분류하자면 성공한 학자 중의 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이론의 허구성을 통해 학문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지침이 될 이야기를 전한다.

소 전 부총장은 "코로나19가 한창 사회에 충격을 주던 2020년 8월 정년 퇴직을 하면서 기대했던 재직 중 '마지막 강의' 기회를 놓쳤다"며 "준비한 고별 강의 내용을 전달하고 싶어 책으로 담았다"고 전했다.

2020년 8월 정년퇴직… 놓쳤던 '마지막 강의' 담아내
다양함 인정 못하는 학자들 잘못된 태도에 경고도…
미완의 숙제 '가난 극복' 후학들이 꿈 이뤄주길 소망


그가 선택한 것은 현실의 당위성과 현실에 근거해 도출된 이론의 한계를 고백하는 것이었다. 소 전 부총장은 "현실은 다양한 일이 벌어지는 공간인데도, 학문을 한다는 이들은 이론을 가져다 현실을 짜맞추는 경우가 많다. 또 학자들이 가설을 설계하는데 이 역시 현실은 가설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기서 현실의 다양함을 인정하지 못하는 잘못된 태도가 학자들에게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현실정치에서의 이같은 태도를 비판했는데, 소 전 부총장은 "현실의 다양함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툴(Tool) 대로 세상을 재단하다 보니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해 상식에서 벗어난 말과 정책을 펴는 경우도 생긴다"고 지적했다.

소 전 부총장이 결국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학문을 택한 이들의 겸손함이다. 그는 "학자들에게 지적 호기심을 강조하는 데, 지적 호기심은 '나는 아직 모른다'는 입장을 내포하고 있다"며 "상대에 대한 강한 부정은 무지에서 나온다. 대상이 무엇이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후진들에게 숙제도 남겼다. 평생 가난극복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그가 꿈꿨던 '세계가난재단설립'이 대표적이다.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을 역임하면서 개발도상국이 처한 현실을 목격한 그가 전 세계적 차원에서의 가난극복에 도전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지만 미완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소 전 부총장은 "가난을 외면하고자 하는 학계의 분위기와 나의 미숙함으로 미완의 꿈에 그쳤지만, 훌륭한 후배가 나와 이 꿈을 이뤄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소 전 부총장은 "이 책이 삶의 이정표는 아니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주고 받던 쉼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사진/소진광 전 부총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