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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 대표에 도전하는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이 1일 출판기념회를 했다. 저서 '더 플레이어'는 뒷전이고, '세(勢) 과시'가 관심사였다.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김병찬 아나운서 사회로 열린 기념회 자리는 지지자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언론은 전했다.

행사장 출입구엔 검은색 아크릴 상자 두 개와 방명록 세 권이 놓였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줄을 서 기다리다 흰 봉투를 상자에 넣고 저서를 받아갔다. 정우택 국회 부의장은 "(이왕)오셨으니까 한 권만 사지 말고 지갑 털어서 많이 사서 주변에 책을 나눠드리시라"고 했다. 정치적 동지들의 정겨운(?) 품앗이 현장이다.

행사는 오후 2시부터 4시간으로 예정됐는데, 2시45분께 준비한 책이 동났다고 한다. 늦게 온 참석자는 나중에 책을 받을 주소를 방명록에 적거나 명함을 남기고 후원금 봉투를 상자에 넣었다고 취재기자가 전했다. 1천명 넘는 인파에, 조기 완판으로 윤 의원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사전적으로 '출판'은 지식이나 글을 작성한 도서, 사진, 이미지와 같은 미술작품을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서적이나 회화와 같은 저작물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하는 행사가 출판기념회다. 그런데 정치영역에선 의미가 달라진다. 선거 출마를 위한 출정식이자 정치후원금을 걷는 수단으로 변질하는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2014년 출판기념회 제도 전반을 손보기로 했다. 정치자금 통로란 오명을 씻고 부정여론을 돌려놓자는 의도에서다. 도서 정가 판매만 허용하고 일체의 금품 모금행위를 금하는 안이 논의됐다. 개최횟수를 제한하고 모금액 상한선을 정해 총액과 고액기부자 명단을 신고하는 안을 심의했다. 결과는 용두사미다. 횟수를 제한하지 않았고, 모금액을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관행을 어물쩍 넘겼다.

정치인 출판기념회는 모금 한도가 없고, 수익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뇌물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폐습이란 비판과 함께 폐지돼야 마땅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지난해 말 검찰이 자택에서 수억 원 현금 뭉치를 발견하자 출판기념회와 경조사 돈이라고 둘러댔다. 22대 총선이 다가오면 전국에서 동시다발 기념회가 열릴 것이다. 민폐와 부패의 온상을 그냥 놔둘 텐가.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