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유보통합' 앞에 놓인 형평성 걸림돌

31일 오전 수원시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키를 재고 있다. 2023.1.31 /김명년기자 [e-mail]

 

교육계의 해묵은 난제인 유보통합이 첫발을 뗐지만 교사 자격 기준 통합을 놓고 현직 유치원 교사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임금, 처우 등 차이가 있는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도 유치원 교사 자격을 부여하면 형평성에 어긋날 것이라는 우려다.

교육부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뉜 0~5세 영·유아의 교육과 보육 관리체계를 교육부와 교육청으로 통합하는 '유보통합 추진방안'을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1990년대 김영삼 정부부터 거론된 유보통합은 그동안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관리 부처가 나뉘며 발생한 교육과 돌봄의 질적 차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필요성이 제기됐다. 올해 하반기부터 선도교육청을 선정해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선도교육청에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재 자체적으로 유보통합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유보통합의 핵심인 교사 자격 기준 통합에 대해선 구체적인 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현재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임용 절차와 임금, 처우 등 여러 면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어 교사 자격 기준은 민감한 문제로 불린다. 

올 하반기 '선도교육청' 시범운영
임용절차·임금·처우 현저한 차이
교사 자격 기준 통합 놓고 우려도

유치원 교사의 임용 절차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보다 비교적 어려운 편이다. 유치원 교사는 전문대 이상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뒤 유치원 정교사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특히 국공립 유치원 교사가 되려면 경쟁률이 높은 임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2023학년도 경기도 임용시험 경쟁률은 무려 42대 1에 달한다. 반면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면 자격이 주어진다.

이에 유치원 교사들은 교사 자격 기준을 통합하더라도 임금과 처우 등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차이가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해로 5년 차인 수원시의 한 공립유치원 교사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2년 동안 임용고시를 준비해 유치원 교사가 됐다"며 "원생 수가 줄고 있어서 정원도 줄이고 있는 상황인데, 어린이집 보육교사 분들에게도 교사 자격을 주면 정원이 더 줄어들 것이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유아교육과 재학생들이 허탈해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손혜숙 경인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교사 자격 기준 통합은 민감한 문제로 법령에 따른 교사 자격을 갖춘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만 동등한 지위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섣불리 통합하기보다는 장기간 호흡을 갖고 현장 목소리를 들으며 조율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한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