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걱정에 LH 청년임대주택을 구하려고 합니다."
박성영(32·가명·인천 미추홀구)씨는 살고 있던 원룸 계약기간이 끝나가자 새로 살 집을 알아봤다. 박씨는 LH가 공급하는 청년매입임대주택에 입주하기를 원했다. 최근 인천 미추홀구에서 벌어진 전세사기사건을 접해 혹여나 자신도 보증금을 떼일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난해 말 LH가 공급한 청년매입임대주택 선착순 수시 모집에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모집 인원 40여명에 무려 5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면서 그는 입주 기회를 얻지 못했다. LH는 3개월(3월, 6월, 9월, 12월) 단위로 청년매입임대주택 입주자를 정기 모집하고 있다. 공급할 주택 물량이 확보되면 선착순 수시 모집도 진행하고 있다.
박씨는 "바로 인근 지역에서 전세사기 사건이 터지니 더 불안했다. 공공기관에서 보급하는 임대주택이라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선착순 모집이라 빨리 신청했는데, 300번대 번호를 받았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인천 '청년매입임대주택' 56명 모집에 1300여명 지원
공공기관 보급·저렴한 가격 매력… 전년比 경쟁률 이례적 급증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 687건 중 106건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는데, 피해자 중 청년층인 30대와 20대가 각각 50.9% 17.9%로 가장 많았다.
LH의 청년임대주택을 찾는 청년이 늘어난 데는 최근 치솟은 전세자금 대출 금리 영향도 커 보인다. 이슬기(28·가명·인천 남동구)씨는 "전세사기도 걱정되고 수중에 가진 돈도 많지 않아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되는 비교적 저렴한 LH 청년임대주택을 알아봤다"며 "하지만 경쟁률도 높고, 원하는 크기의 집도 안 나와서 신청을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LH 인천지역본부가 진행한 정기 청년매입임대주택 모집(56명)에는 1천300여 명이 몰려 24.7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174명 모집에 약 900여 명이 몰린 지난 2021년 12월(5.49대 1)과 비교하면 경쟁률이 크게 뛰었다.
LH 인천본부 관계자는 "전세사기나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경쟁률이 올랐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면서도 "지난해 12월 경쟁률이 이례적으로 높게 나온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 공급 물량을 많이 확보해 청년 등에게 보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오승연 인천청년네트워크 위원장은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최근 전세사기와 금리 인상 등으로 주거 불안을 호소하는 청년이 늘어난 것 같다"며 "지자체가 청년 등을 대상으로 부동산 계약 관련 교육을 실시하거나 관련 서류를 검토해주는 정책을 적극 도입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인천청년네트워크는 인천시가 청년들의 다양한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꾸린 단체로 1천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