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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前 경기도 여성복지실장
아내는 오랫동안 앓아 온 간질환 악화로 지난해 9월 아들에게서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9시간(아들은 6시간) 동안의 수술과 35일(아들은 10일)간의 입원치료를 무사히 마쳤다. 간이식 분야에서 명망 있는 주치의를 만나 어느 정도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워낙 고난도의 수술이라서 긴장과 두려움도 있었으나,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소그룹 그리스도인들의 간절한 기도와 위로가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힘이 됐다. 아내를 포함한 5명의 교우(敎友)들은 한 주에 한 번 모여 성경을 공부하고 음식도 나누며 서로를 위해 기도한다. 이들은 아내의 입원 후에도 수술과 회복을 위해 매주 기도모임을 가졌다. 하나님이 우리 가족을 위한 그들의 뜨거운 열망에 응답하여 매 순간 의료진의 손길을 인도하여 수술과 입원 치료가 무사히 이루어질 수 있었다고 모두는 믿고 있다.

퇴원 후에는 병원에 있을 때와 수술 전보다 몸과 생활환경에 더 신경 써야 했다. 아내는 이식 직후부터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기 때문에 감염, 거부반응, 기타 합병증 발생에 주의해야 하는데 특히 3개월 안에 이런 문제들이 생길 위험이 높다. 아들 또한 아내에게 떼어 주고 남은 3분의 1의 간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재생하려면 최소 3개월 정도 걸린다고 하니, 아내와 아들 모두 석 달간은 위생과 영양 관리를 평소보다 더 철저히 해야했다. 제일 걱정됐던 것이 아들이 먼저 퇴원하여 20여 일을 보호자 돌봄 없이 혼자서 집에 있어야 함에 따른 청결 유지와 식사 해결이었다. 아들을 퇴원시키기 위해 집에 도착하니 놀랍게도 교우들이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넉넉한 양의 환자식 음식을 마련해 놓았다. 찐한 감동이 우리 가슴에 스며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아내가 퇴원한 후 2개월 동안 수시로 음식을 제공해 주었다. 어느 날, 한 교우로부터 문 앞에 음식을 놓고 갔다는 전화를 받았다. 아내가 이 음식을 보고는 "머리카락을 잘라 신을 삼아 바쳐도 이분들의 고마움을 다 못 갚을 거야"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날 아내에게서 소그룹의 리더가 행한 미담도 들었다. 코로나의 범 유행으로 경기불황이 극심했던 동안 자신의 건물에서 영업하고 있는 점포들의 임대료를 전액 또는 일부 감면해주었다고 한다. 이들의 사랑과 도움으로 아내는 3개월을 무사히 넘겨 점차 건강을 회복하고 있으며, 아들의 간도 원래 크기의 90%까지 커졌다.

성경(누가복음)에는 예수가 한 율법학자에게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용이 있다. 어떤 사람(유대인일 것이다)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예루살렘 북동쪽 36㎞에 있는 도시)로 가던 중에 강도들을 만나 큰 상처를 입고 길가에 쓰러져 있었다. 제사장도 레위인도 고통으로 신음하는 이 사람을 외면하고 지나쳤다. 그러나 사마리아인은 그의 상처에 포도주를 부어 소독하고 싸매준 후에 아물 때까지 인근 여관에 머무를 수 있도록 경비까지 미리 지불했다. 제사장과 레위인은 유대 사회의 지도급 계층이므로 율법과 경건한 삶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고고함만 유지한 채 율법지식을 실천하지 않으면 이들의 경건은 외식(外飾)이며, 이들의 외침은 반복적 수사(修辭)에 그칠 뿐이다. 당시 사회 주류층인 유대인들로부터 차별받던 한 사마리아인이 곤경에 처한 한 유대인의 진정한 친구이며, 그 행위가 진정한 선이다. 예수는 이 이야기를 듣는 율법학자에게 "그같이 행하라"라고 말한다.

이분들의 따뜻한 베풂을 받으니 오늘날 교회의 실상과 필자의 신앙에 대해 성찰해 보게 됐다. 1주일에 한 번 교회 예배에 참석하고 교회 안에서 교인들끼리 교제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종교 지도자들은 평신도들이 예수님의 길을 따르도록 이끄는 충실한 목자(牧者)의 역할을 하기보다 교회의 양적 성장과 유명세만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사람은 누구나 어떻게 할 수 없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절박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교회 밖에는 이런 어려움 속에 처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고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찾아 위로하고 비록 대단한 것은 아닐지언정 사랑 어린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참 그리스도인들이 할 일이다. 믿음은 뿌리이며 행위는 열매이다. 하나님은 그리스도인들이 믿음의 열매를 맺는 아름다운 나무가 되기를 원하신다.

/이세정 前 경기도 여성복지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