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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와부읍에 위치한 나전칠기 명인아카데미에서 김길수 명인이 나전칠기가 처한 현주소를 짚고 있다. 진열 작품들은 김길수 명인이 후배들을 지도하며 함께 만든 나전칠기 작품. 2023.2.3 남양주/하지은기자 zee@kyeongin.com

"남양주는 전국 나전칠기 작품의 80%를 생산하는 나전칠기 본고장인데도 인프라가 많이 부족해요. 사라져 가는 우리 전통공예를 살려 남양주와 대한민국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공예 '나전칠기 부문(Grand Master)' 한국예술문화명인(제 R13-04-07-05호)인 김길수(61) 명인아카데미 대표의 일성이다.

그는 10대 시절 친척의 권유로 나전칠기를 시작한 이후 화려하고 아름다운 결과물에 매혹돼 어느덧 47년째 나전칠기 외길인생을 걷고 있다.

특히 2013년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명인 1기로 등재, 첫 번째 꿈을 이룬 이후 나전칠기에 대한 더 큰 애정을 갖고 심사와 교육, 홍보 등 다방면에서 나전칠기를 알리고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침체된 시장, 줄어드는 관심 등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서 나전칠기는 벼랑 끝에 내몰려 사장될 위기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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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수 명인의 아들 상철(34)씨가 '끊음 기법'으로 만든 창착품 텀플러를 선보이고 있다. 2023.2.3 남양주/하지은기자 zee@kyeongin.com

김길수 명인은 "한국기능올림픽에선 제외되고, 명장으로 가는 진입 장벽은 더 높아지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배우는 젊은이들은 없고 고령화만 가속화되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관심도가 떨어지는 데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작업물도 소품 위주로 가다 보니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환경도 점점 열악해 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남양주 와부읍에 위치한 명인아카데미엔 김길수 명인과 그의 가족, 후배들이 함께 오랜 인내와 끈기, 혼신을 다해 만든 작품들이 빛을 보지 못한 채 창고 내부에 쌓여만 가는 실정이다.

김길수 명인은 "천 년을 이어온 나전칠기가 사장되면 과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공예는 무엇이냐고 반문할 수밖에 없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독창적인 문화유산인 만큼 지키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남양주는 명인, 명장들이 몰리며 전국 작품의 80% 이상을 생산해 내는 어느덧 나전칠기 본고장이 됐다"며 "향후 후배양성을 위한 교육과 지역사회 활동을 더욱 활발히 진행하고, 이들이 한 데 모여 교감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테마파크를 만들어 나전칠기가 남양주 대표브랜드로 우뚝 서게 만들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남양주/하지은기자 z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