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위 사과 권고, 경기도만 이행
道·의회, 피해자 위로금 등 조례
추가적 진상규명 필요성 지적도
국가폭력의 민낯을 드러낸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는 지난해 10월 이 사건의 진실규명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가(대통령실)와 법무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경찰, 경기도 등 관련 기관이 피해자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진화위 측 권고안을 이행 중인 기관은 지자체인 경기도가 유일하며 국가 기관은 전부 침묵(1월12일자 1면 보도=선감학원 피해 입닫은 정부… 경기도는 지원금 접수 시작)하고 있다. 앞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했고, 도와 도의회는 피해자에게 위로금 등을 지급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정비했다.
특별법 제정은 추가적인 진상규명과 신속한 피해 보상을 위해 필요한 진화위 주요 권고안 중 하나라고 평가된다. 선감학원이 폐원한 지난 1982년까지 약 40년간 수용된 원생은 원아대장상 4천689명인데, 진화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한 인원은 5%가량인 228명뿐이다. 진화위의 이번 조사에서 밝혀진 각종 폭력과 강제노역, 희생자 암매장 등 피해 내용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안산상록을) 의원과 경기도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공동주최로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선감학원 사건 진상규명 및 특별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하주희 민변 사무총장은 "선감학원 사건은 매우 일부의 사람들만 진실규명을 신청했고, 실종 혹은 행방불명을 포함한 숫자도 834건에 달해 추가적인 진상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사무총장은 '선감학원 사건의 특별법 제정의 의의와 내용'에 대한 발제에서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위원회 설치 ▲유해 조사·발굴 ▲보상금·의료지원 등의 내용을 특별법에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피해자 대부분이 생존해 있고, 아동기에 겪었던 인권침해 트라우마 등으로 곤궁한 상황에 있어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며 "경기도 조례가 제정되었으나 법률이 없어서 실효적 지원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김갑곤 선감학원피해대책위원회 사무국장도 "유해발굴 등 앞으로의 과제는 경기도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특별법 제정이 피해 당사자들의 숙원이 될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철민 의원은 "선감학원 사건과 관련한 국가의 책임에 더 관심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집중하려고 한다"면서 "특별법 제정을 위한 현안을 하나씩 풀면서 법안 발의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선감학원 사건은 1942~1982년 사이에 부랑아 수용시설인 선감학원에 강제로 끌려간 아동들이 극심한 배고픔과 폭력, 강제노역 등에 시달린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해 숨지거나 섬을 탈출하기 위해 헤엄을 치다 물에 빠져 사망한 원생도 다수 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