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천만명(지난해 12월 기준)에 이른다는 국가통계조사가 나왔다. 가까운 미래에 1인 가구가 주된 가구 형태로 자리매김할 것을 숫자로 예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사적이면서 집단적'인 1인 가구들의 개별적인 이야기를 다양한 관점으로 풀어낸 전시, '일인가구'展이 오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국내 예술가 13명(팀)이 회화, 설치, 단편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다채롭게 풀어낸 6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회화·설치·단편영화·애니메이션
국내 예술가 13명 작품 63점 전시
이번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획됐다. 1인 가구가 됨으로써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확인하고, 내면의 새로움을 발견해 나가는 여정을 그린 '자발적 고립'이 첫 번째 테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의미와 맥락을 중심으로 삶을 새로이 구축하는 시도를 담은 '발화'가 두 번째 테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연결되고자 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주제 '공감' 테마가 끝으로 이어진다.
전시의 시작점인 미술관 2층에 마련된 '자발적 고립' 테마에 들어서면, 검은색 테이프가 마치 춤을 추듯 캔버스 위를 휘감은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전윤정의 'Black Hair Rapunzel'이다. 테이프 선들은 때론 뭉쳤다가, 질서정연하게 퍼져나가는 형상을 띠기도 한다. 쳇바퀴 도는 일상에 고립돼 지쳐가다가도, 이내 정상궤도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어느 개인의 여정인 듯도 싶다.
내면 발견과 새로운 삶의 구축 등
자발적 고립·발화·공감 테마 구성
대체로 어두운 기조는 염지희의 작품 '당신의 가슴에는 침묵이 있고, 집어삼킨 말들이 있다'에도 이어진다. 작품 속 인물들은 정면을 응시하지 않고, 선명하게 형체를 드러내는 법 없이 고뇌에 빠져 있다. 윤민섭이 집의 구성 요소로 공간화한 설치작품 'The Room3'는 은둔형 외톨이를 자임하는 그의 다음 작품 '그림일기'와 함께 봐야 비로소 선명해진다.
그러고 보면, 염지희의 작품과 윤민섭의 것은 닮은 구석이 있다. 외부의 시선을 차단한 채, 자신의 영역에 침잠한다는 점에서다. 반대로 이는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보호막'인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남기도 한다.
이어지는 '발화'와 '공감'은 이전 분위기와 달리 사뭇 밝다. 표영실은 '뚝뚝'과 '경계'에서 인간의 형체를 어렴풋하게 드러내 보이며, 대화 시도의 가능성을 여는 듯하다.
지희킴의 '정원시리즈'에는 형형색색 단장한 자연물들이 감정을 듬뿍 품은 채 존재감을 드러내고, 이지영은 '두 개의 춤'이란 작품 속 조명 아래 손을 맞잡고 춤을 추는 두 사람을 클로즈업해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정다희와 김진만은 영상작품을 통해 '관계'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숫자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이번 전시는 오는 4월 9일까지 이어진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