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도 민심 0.73g에 담긴 정치적 의미의 무게는 압도적이었다. 당시 집권세력에 대한 총체적 심판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무능은 지표와 실물로 드러났고, 외교·안보는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무너졌다. 조국 수호에 집착하면서 조만대장경은 민주당 내로남불 정치의 바이블이 됐다. 정권연장의 기수로 나선 이재명은 의혹의 심연에서 탈출하려다 상식의 덫에 걸렸다. 윤석열이 대장동의 몸통이라는 억지에 중도 대중은 모욕감을 느꼈다.
심판이 이루어지고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국정이 달라졌다. 북한과 중국으로 경사졌던 외교·안보는 한·미동맹과 자유진영 연대 강화로 균형을 회복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합법적으로 대응하자 노조의 유아독존에 균열이 생겼다. 중소건설업체 사장들이 일감을 따고 현장을 유지하려 민노총과 한노총에 가입한 노조원이었다고 커밍아웃했다. 청와대를 버린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났다. 30%대에서 횡보하던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로 올랐다. 0.73g에 불과했던 중도민심이 확장될 기세였다. 심판은 끝났고 나라에 새 기운이 도는 줄 알았다.
당권투쟁 한복판 주자급으로 스스로 격하
내부충돌로 0.73%p 마저 까먹는 '뺄셈정치'
하지만 딱 여기에서 멈췄다. 무당파 중도층이 침묵 모드로 돌아섰다. 국민의힘 당권투쟁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대통령이 당권투쟁의 한 복판에 강림했다. 국민경선을 당원경선으로 바꾼 당헌개정이 신호탄이었다. 윤핵관이 주도했고 표적은 유승민이라 해석됐다. 나경원도 무릎 꿇렸다. 진정한 친윤(親尹)이라는 읍소를 공직 해임으로 물리쳤다. "대통령 본의가 아닐 것"이라 하자,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결정"이라 했다. 초선 의원 50명은 나경원 비토 성명을 발표했다. 나경원을 내치는 대통령의 의중은 예측의 영역이지만, 중진 여성 정치인에 대한 집단 괴롭힘은 생생한 현실이었다.
이젠 안철수다. 나경원 폐기로 정리될 줄 알았던 당권 경쟁 구도가 안철수에게로 기울자 또 한 번 윤핵관들이 기민하게 나섰다. 그래도 기세가 등등하자 대통령실이 또 나선다. "실체도 없는 '윤핵관'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이란다. 실체를 가진 윤핵관은 없고, 대선 때 작동했던 '윤안 연대'는 불쾌하다니, 현실 왜곡이자 과거 부정이다.
대통령은 당권투쟁의 한 가운데 서면서 윤핵관이나 당권 주자급으로 스스로 격하시켰다. 중도 지지층을 확장해 국정의 힘을 다지는 정치가 아니라 진영 내부의 권력 투쟁으로 0.73%p 마저 까먹는 뺄셈 정치에 발을 담근 탓이다. 김기현이 답정너 대표가 된다면 대통령과 윤핵관의 수족이 될 테고, 안철수가 된다면 집권여당이 대통령을 비토한 결과가 된다. 어떤 경우라도 집권여당은 뇌사에 빠진다.
무당파 중도층 '대선때 그사람 맞나' 갸우뚱
집권 가능 상식의 무게 '0.73g' 성찰 필요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선택했던 무당파 중도층은 지금 대통령이 대선 때 그 사람 맞나 싶을 테다. 정략적 구태와는 상관없을 줄 알았던 그 사람, 윤석열 말이다. 의외의 모습에 억지로 순수한 의도를 만들어낸다. 국민의힘은 대표경선으로, 민주당은 이재명 수사로 싹 갈아엎어 구태 기득권 정치판 전체를 갈아엎으려 한다는 것이다. 실망과 좌절을 무마하려는 낭만적 자기 합리화는 애처롭다.
평생을 검사동일체 의식으로 잔뼈가 굵은 대통령은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혼연일체가 되어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고, 총선에서 이겨야 비로소 진정한 집권이 가능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거칠고 독선적인 정무 감각이 국민의 상식선을 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상식의 무게 0.73g을 다시 성찰해봐야 한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