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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 사회교육부 차장
기사는 시로 치자면 정형시다. 3장 6구 45자 내외, 종장 첫 구에 3음절을 꼭 넣어야 하는 시조처럼 기사에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스트레이트·박스·르포라는 형식에 맞게 자주 쓰이는 단어와 문장이 정해져 있고 대개 그 틀 안에 내용을 채워 넣는 식이다.

글쓰기 훈련과정에선 창의성을 덕목으로 치지만 기자 시험 논술·작문은 예외다. 기자 시험을 준비하는 사교육이 횡행하는데, 그곳에선 합격자 논술·작문을 맘껏 볼 수 있다는 게 으뜸가는 장점이라고 한다. 많이 보면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잡히기 때문이다.

기사가 틀이 정해진 글쓰기인 탓에 현장에서도 글을 맛깔나게 잘 쓰는 사람보다는 외향적이고 사람 사귀길 좋아하는 인물이 기자직에 유리하다. 수습과정에선 "기사는 훈련하면 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런 연유로 인공지능(AI) 기사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이미 보도자료를 리라이팅(rewriting)하는 수준인 증권·날씨분야는 AI가 기사를 쓴다. 지금도 언론사들이 포털과 계약을 맺고 저작권을 포기한 기사 데이터가 하루에 수천 수만 건씩 쌓이고 있다. 포털 기사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로 딥러닝하면 인류 최고 수준의 바둑기사를 이긴 알파고 같은 AI 기자가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현장을 중계하는 수준의 글, 누가 어디서 이런 말을 했다는 식의 기사는 속도와 정확도에서 AI와 겨룰 수 있을까. 여러 이념 성향 언론과 지역·서울 언론을 망라한 포털 원자료를 데이터로 하면 AI 기자는 정치·지역 편향에서도 자유로운 것 아닐까. 직업 장래를 비관케 하는 이런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런저런 공상 끝에 인간 기자가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한다. 문학에 견줄 표현과 적확한 문장으로 독자 마음을 흔드는 일. 온라인 세상이 아니라 실제 세계에서 건져 올린 사람이 아니고선 찾을 수 없는 팩트를 찾아내는 일. 무엇보다 인간미 있는 상식적인 기사를 쓰는 것이 AI 시대에 기자가 생존하는 방법이 아닐까.

/신지영 사회교육부 차장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