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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이빨이란 뜻인 '용치(龍齒)'는 한국전쟁 이후 북한의 대남 도발을 상정해 접경지역에 우후죽순 설치된 대전차 장애물이다. 찾는 이 없고, 오랜 시간 방치됐으나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흉터이자 역사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이라는 평가다. 사진은 6일 오후 고양시 덕양구 공릉천에 위치한 용치의 모습. 2023.2.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친 한반도의 소망은 '평화'다. 우리의 전쟁은 아직 정전상태이며 남이든, 북이든 정권이 바뀌거나 국제정세가 요동치면 한반도의 평화는 언제라도 깨지는 유리그릇과도 같은 신세다.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그중에서도 갈라진 한반도의 반쪽, 북한과 가장 많은 경계를 접하고 있는 경기도에 우리가 산다. 그래서 경기도에는 한국전쟁의 상흔과 분단으로 인한 가슴 아픈 유산들이 산재해 있다.

정전 70주년을 맞아 경인일보가 한국전쟁과 분단의 기억을 좇아 일상 속에 잔존하는 전쟁·분단의 근대문화유산을 찾아나섰다. 그리고 첫 번째로 마주한 문화유산은 '용치'다.

용치(龍齒)는 용의 이빨을 닮았다는 데서 이름 붙여졌다. 해외에서도 드래곤 티스(Dragon's Teeth)로 불린다. 주로 전쟁 중 장갑차, 전차가 침입하는 통로를 막는 대전차장애물의 한 종류다. 그래서 주로 하천가를 비롯해 하천과 연결된 육지 등 대전차 등의 예상 침투로에 설치된다.

우리나라 용치가 언제 설치됐는지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김신조 사건이라 불리는 1·21사태 이후로 남북 대치가 극심해졌던 70년대 초를 추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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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고양시 덕양구 공릉천에 설치된 대전차장애물 '용치'가 오랜 기간 방치돼 수풀에 뒤덮여 있다. 2023.2.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경기도 내 조사된 용치들은 하나당 높이가 최소 1.5m 이상이며 최대 2m가 훌쩍 넘는 것도 있다. 주로 북한과 접경하고 있는 북부지역에 분포돼 있고 국방부가 관리하는 군사시설에 속한다.

하천에 주로 설치된 용치들이 집중호우 때 물길을 막아 인근 지역을 침수시킨 범람의 원인이라는 지적에 한때 경기도와 용치가 있는 시군에선 군과 협의해 일부를 철거하기도 했다.

정전 중인 한반도, 용치는 그래서 여전히 유효한 군사시설이라는 국방부와 일상의 불편이라는 주민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용치를 바라보는 시선의 전부였다면, 분단을 상징하는 우리만의 독특한 유산으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새로운 시선이 최근의 모습이다. → 관련기획 11면([전쟁과 분단의 기억·(1)] 대전차장애물 '용치')

/공지영·신현정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