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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중거리 슛이나 야구의 만루홈런만큼 호쾌하고 짜릿한 슛이 바로 농구의 덩크슛이다. NBA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엘리웃 덩크나 공중을 날아올라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마이클 조던의 원 핸드 덩크는 세계 농구팬들을 열광케 하는 전설적인 슛이다. 덩크슛은 농구의 꽃이며 상징으로 통하는데, 이 덩크 슛 한 방은 단순한 2점이 아니라 선수와 관중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의 측면에서 보면 점수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원작·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요즘 화제다. 지난 6일 이미 누적관객 200만명을 돌파하고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슬램덩크'는 추억의 일본 만화다. 일본의 '주간 소년 점프'(슈에이사)에 1990년부터 96년까지 연재한 만화로 단행본 분량만 해도 31권에 이른다. 연재 당시 초판만 250만부가 팔렸으며 누적 판매 1억 부를 넘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껄렁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진 강백호(한국식 번역명으로 표기함)는 북산고교 진학 후 농구부 주장 채치수의 여동생 채소연에게 한눈에 반한다. 채소연은 신장이 좋고 체력이 좋은 강백호에게 농구부 입단을 제안하고 오직 예쁘고 상냥한 채소연과 사귈 마음으로 강백호는 덜컥 농구부에 가입한다. 실력은 보잘 것 없었지만 좌충우돌하며 연습과 시합을 통해 농구에 눈을 뜬 강백호는 나날이 발전하며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장을 거듭한다.

교양소설(Bildungsroman) 같은 성장만화다. 게이머들이 레벨을 올리고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 미션을 수행하고 밤샘을 마다하지 않는 것처럼 독자들은 강백호의 성장과정에 크게 공명한다. 언더독에게 느끼는 커다란 동질감 같은 것이다. 또 현실에서 불가능한 성공 스토리를 강백호를 통해서 대리경험(vicarious experience)하기도 한다. 전형적인 감정이입이다.

세계적 경기침체로 인한 좌절과 출구를 찾지 못한 희망 사이에서 우리 청춘들은 강백호의 성장 이야기를 통해 위안과 대리만족을 얻는다. '슬램덩크' 열풍은 어린 시절 추억의 만화에 대한 열광을 넘어 사회와 현실에게 보내는 청춘들의 무언의 시위다. 하루빨리 우리 청춘들이 꿈과 열정을 펼치고 그들의 심장을 다시 뜨겁게 만들 기회를 제공해 줘야 한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