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홀로 생계를 책임지는데 난방비까지 올랐어요."
지난달 월셋집 관리비명세서를 받은 자립준비청년 박경재(22·가명·인천 남동구)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올 겨울 들어 10만원도 안 되던 난방비가 25만원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자립준비청년은 부모 이혼이나 학대 등의 이유로 위탁가정과 보육원 등에서 지내다 20세 전후로 독립한 청년을 뜻한다. 인천에는 이런 청년이 최근 4년간 연평균 약 115명에 이른다.
박씨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난방을 비슷하게 했는데 요금은 거의 3배 가까이 올랐다"고 푸념했다.
평소 10만원 난방비 이제 25만원
보육원 등서 독립 연평균 115명
자립준비청년은 보육원이나 위탁가정 등에서 자립하면 최장 5년 동안 매달 지자체에서 주는 자립수당 40만원을 받는다. 또 정부가 설치한 자립지원전담기관은 형편이 어려운 청년에게 생필품 구입이나 공과금 납부 등에 쓰이는 사례관리비 40만원을 달마다 지급하고 있다. 이렇다 할 소득이 없는 청년의 경우에는 생계급여(기초생활수급)로 매달 50만원 정도가 더 지원된다.
그러나 최근 물가가 크게 오른 데다 난방비까지 급등하면서 전·월세, 교육비, 생활비 등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자립준비청년 홍세진(22·가명·인천 남동구)씨 처지도 비슷하다. 그는 인천의 한 대학을 다니면서 홀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홍씨는 "지난달 난방비가 20여만원이나 나왔다. 전달에는 9만원 정도였다"며 "월세도 내야 하고, 생필품 등도 사야 해서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 에너지바우처도 해당 안돼
인천시 "어려움 수시 확인할 것"
정부는 최근 난방비가 크게 오르자 한시적으로 '에너지 바우처' 지원금을 가구당 2배 인상(1인 가구 기준 최대 24만8천200원)하기로 했다. 에너지 바우처는 취약 계층에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유, LPG, 연탄 등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그러나 자립준비청년은 이를 지원받을 수 없다. 에너지 바우처 대상이 되려면 소득 기준(생계급여 수급자 등)과 세대원 특성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세대원 특성 기준에는 노인, 영유아가 있는 가정, 중증질환자, 한부모 가정 등이 속하는데 자립준비청년은 해당 사항이 없다.
인천시 아동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공과금 등 명목으로 사례관리비를 지원받는 인천지역 자립준비청년이 100여명 정도"라며 "난방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자립준비청년이 있는지 수시로 확인해 사례관리비를 최대한 많은 청년이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립준비청년 지원책과 관련해 "현재 자립수당 등 정부 지원금은 일률적으로 자립 후 5년 동안 지급되고 있다"며 "난방비 등 경제적 부문에서 지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지원금을 어떻게 관리하고 쓰는지에 대한 교육이나 상담 등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