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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 시인
노작 홍사용은 1900년 5월17일(음력) 용인군 기흥면 농서리 용수골에서 아버지 홍철유와 어머니 능성 구씨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현재의 본적지는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석우리 492번지다. 석우리는 속칭 돌모루라고 불리는 곳으로 남양 홍씨의 집성촌이며 현재 노작홍사용문학관이 위치해 있는 곳이다.

그는 1919년 휘문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3·1운동 당시 학생운동에 참여했다가 검거되기도 했다. 1920년 박종화, 정백 등과 문예동인지 '문우'를 창간했다. 1922년에는 신문학운동을 주도하던 동인지 '백조'를 발간하기도 했다.

홍사용 1923년 '백조'에 발표된 詩
일제강점기 청년들 슬픔·분노 담겨


노작은 1923년부터 토월회에 깊이 관여하면서 연극운동에 열정을 보이기 시작했다. 토월회의 문예부장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신극운동에 참여한다. 1927년 박진, 이소연 등과 극단 산유화를 결성해 창작희곡 '향토심'을 무대에 올렸으며 1930년 최승일, 홍해성 등과 극단 신흥극장을 조직해 연극운동을 펼쳐나갔다.

그의 대표작은 1923년 9월에 문학잡지 '백조'에 발표된 새로운 시 '나는 왕이로소이다'일 것이다. 소설로는 '저승길', '봉화가 켜질 때' 등이 있다. 그의 대표 시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지금 읽어도 가슴이 뭉클하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니의 가장 어여쁜 아들 나는 왕이로소이다.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서…/그러나 십왕전에서도 쫓기어난 눈물의 왕이로소이다//"맨 처음으로 내가 너에게 준 것이 무엇이냐" 이렇게 어머니께서 물으신다면은/"맨 처음 어머니께 받은 것은 사랑이었지요마는 그것은 눈물이더이다" 하겠나이다 다른 것도 많겠지요만은…./"맨처음 네가 나에게 한 말이 무엇이냐" 이렇게 물으신다면은/맨처음 어머니께 드린 말씀은 '젖주셔요'하는 그 소리였지요만은 그것은 "으아"하는 울음이었나이다 하겠나이다 다른 말씀도 많지요만은…//이것은 노상 왕에게 들리어주신 어머니의 말씀인데요./왕이 처음으로 이 세상에 올 때에는 어머니의 흘리신 피를 몸에다 휘감고 왔더랍니다./그날에 동네의 늙은이와 젊은이들이 모다 "무엇이냐"고 쓸데없는 물음질로 한창 바쁘게 오고 갈 때에도/어머니께서는 기꺼움보다도 아무 대답도 없이 속 아픈 눈물만 흘리셨답니다/빨가숭이 어린 왕 나도 어머니의 눈물을 따라서 발버둥질 치며 "으아-"소리치며 울더랍니다.//그날 밤도 이렇게 달 있는 밤인데요/으스름 달이 무리서고 뒷동산에 부엉이 울음 울던 밤인데요/어머니께서는 구슬픈 옛이야기를 하시다가요/일없이 한숨을 길게 쉬시며 웃으시는 듯한 얼굴을 얼른 숙이시더이다/왕은 노상 버릇인 눈물이 나와서 그만 끝까지 섧게 울어버렸소이다. 울음의 뜻은 도무지 모르면서도요'라고 전개되는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일제강점기의 식민지 청년들의 슬픔과 분노를 내장한 시다.

40여년전 세운 묘비 지금도 그대로
'노작' 화성시민의 자랑이며 자존심
문학관 운영돕는게 詩 정신 잇는것


사십여 년 전, 수원의 문인들 20여 명이 노작의 묘소를 찾아 나섰다. 석우리의 나지막한 산등성이의 잡목 숲을 헤쳐나가다 노작의 묘지석과 무덤을 찾게 되었다. 돌아와서 논의한 끝에 수원문인협회의 이름으로 그 자리에 작은 묘비를 세우기로 하고 경비를 갹출하고 돌집에 묘비를 맡겼다. 그 묘비는 지금도 그대로 서 있다. 동탄이 개발되면서 아파트촌이 들어섰지만 묘비가 있는 작은 동산은 개발하지 않아 노작의 묘소가 잘 보존되어 왔다. 묘소는 노작 홍사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새롭게 조성되어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한참씩 머문다. 시비에는 '나는 왕이로소이다'가 음각되어 있다.

지금은 동산 자락에 '노작홍사용문학관'이 서고 화성시에서 문학관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어서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관장으로 부임한 손택수 시인은 지난해 '노작홍사용문학전집'을 발간하여 노작의 문학세계를 널리 알렸고 전국의 문학관 중 최우수 문학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노작 홍사용은 화성시민의 자랑이며 자존심이다. 몇 분의 자원봉사자들이 문학관 운영을 돕는 것도 노작 홍사용의 시 정신을 이어가는 일일 것이다.

/김윤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