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로숨진초등학생 빈소
9일 인천시 남동구의 한 장례식장에 아동학대로 사망한 초등학생 A(11)군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2023.2.9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온몸에 멍이 든 채로 숨진 인천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2월9일자 6면 보도=[초등 5학년 남아 학대정황사망] 부실 매뉴얼이 만든 멍투성이 어린영혼)의 사망 전 아동학대 피해 징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마르고 짧은 옷 입어" 친모 울분
이웃들 "마치 혼나듯 전화 받곤해"
이사 후에도 2㎞ 떨어진 학교 등교


■ 친모 "짧은 옷 입고, 또래보다 말랐던 아들…"


9일 오후 2시께 인천 남동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숨진 A(11)군의 친모 B(34)씨는 초점 없는 눈빛으로 아들의 영정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B씨는 "친부와 사는 아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어 지난해 5월 학교에 찾아가 얼굴을 본 게 마지막이었다"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혼한 이후 아이의 연락처를 알지 못해 친부 몰래 학교에 찾아간 것이었다"며 "당시 아들이 계모(43·C씨)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내가 옆에 있는 것을 알고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소리치는 것을 스피커폰으로 들었다. 결국, 아들과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비통해했다.

"한눈에 봐도 말라 보였고, 소매가 짧은 옷을 입고 있었다"는 그는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눈물이 쏟아졌다"고 울분을 토했다.

B씨는 앞서 A군이 초등학교 3학년일 때에도 담임교사를 찾아갔다. 당시 '아이가 등교 수업에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 동네 가게 직원 "아이답지 않게 그늘진 얼굴에 위축된 모습"


이웃들도 A군의 모습이 다른 또래와는 많이 달랐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A군이 사는 아파트 단지의 한 가게 직원은 "자주 심부름을 왔는데, 아이답지 않게 얼굴이 그늘져 있고 위축돼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심부름 도중 엄마 전화가 오면 '예, 어머니. 이것 있습니다'라고 극존칭을 썼고, 두 손으로 전화기를 붙잡고 구부정한 자세로 마치 혼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며 "영상 통화를 하는 것을 들어 보면 (엄마가) 굉장히 딱딱하고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아이의 모습이 이상한 것 같아 아동학대 신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라고 했다.

지난해 6월 이 동네로 이사 온 A군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인근 학교로 전학하지 않고, 약 2㎞나 떨어진 이전 집 근처 학교에 계속 다녔다. 어른 걸음으로도 30분 정도 걸릴 정도로 먼 거리에 있는 학교다. A군의 등·하굣길을 직접 걸어보니 공사장을 지나야 하고, 크고 작은 도로 등을 여러 번 건너야 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이 교우 관계 때문에 이사 온 아파트 근처 학교로 전학시키지 않았다고 부모가 학교에 이야기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시교육청 "교우관계 원만 의심못해"
경찰, 계모·친부에 구속 영장 신청
도성훈 교육감 "매뉴얼 원점재검토"


■ 학대 피해 징후 있었지만… 학교 측은 왜 파악 못했나


아동권리보장원은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거나 심각하게 말랐고, 자주 결석하거나 결석 사유가 불명확하면 아동학대 의심 징후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아이들이 주로 생활을 하는 학교나 학원,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는 아동학대 징후를 발견하면 즉시 신고해야 하는 의무가 법령에도 명시돼 있다.

A군은 지난해 11월24일부터 장기 결석하기 전에도 가정학습과 교외체험학습을 57일이나 사용하며 학교에 자주 빠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질병 결석한 날까지 포함하면 90일 이상 학교에 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말랐던 A군이 더군다나 학교에 자주 나오지 않았다면 학교 측은 더 면밀히 아이를 관찰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학교 측은 아동학대 징후가 없다고 판단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측은 A군이 학교에 다닐 때에는 지나치게 마른 정도는 아니었고, 학급 계주 대표로 운동회에 나갈 정도로 교우 관계가 원만했다고 한다"며 "아동학대를 의심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 인천시교육청, 미인정결석 학생 관리 매뉴얼 원점에서 재검토


경찰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체포한 A군의 계모 C씨와 친부 D(4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C씨는 지난 7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의붓아들인 A군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D씨도 평소 상습적으로 A군을 때리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 부부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때렸다"고 인정하면서도 "훈육 목적이었고 학대인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9일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미인정결석 학생관리 매뉴얼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전문가와 학교현장의 의견을 모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며 "학생 소재와 안전 관리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주엽·백효은·이수진 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