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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삼 하남시의회 의장
이제 2월도 중순에 접어들었다. 입춘(立春)도 지나 절기상으로는 봄이고 대동강 물이 녹고, 언 땅도 서서히 풀린다는 우수(雨水)가 코앞인데 '난방비 폭탄'에 서민들의 삶은 아직도 한겨울이다. 겨울 난방비 폭등이 현실화하면서 요금고지서를 받아 든 시민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도시가스 요금은 2022년 4차례 인상돼 최근 1년 사이 38.5%(+5.47원/MJ) 급등했다. 이 같은 도시가스 요금 인상은 국제 천연가스(LNG) 가격이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2021년 1월 대비 최대 83.6% 급등한 데 따른 영향으로, 올해 2분기 이후 도시가스 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성난 '난방비 민심'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자 이례적으로 에너지 바우처 지원 확대를 발표했다. 하지만 2023년 에너지 바우처 사업 예산은 지난해보다 400억원(21%) 줄어든 상황으로 그야말로 뺏다 다시 주는 한시적 대책에 불과해 에너지복지 사각지대를 발생시키고 있다. '난방비 대란'은 공기업 누적적자 및 부채 급증, 국제 LNG 가격 상승세 지속, 기후위기 및 에너지위기 등 전 세계적인 전환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해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기존 에너지복지사업을 개별적으로 유지하는 수준으로 정책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 '난방비 폭탄' 해법 종합적 접근 부족
하남시 '긴급지원' 시의회와 협의없이 발표


앞서 하남시의회는 지난해 10월 '제1차 민생대책 합동점검회의'를 개최하자고 집행부에 제안했다. 의장으로서 물가 상승에 따른 서민부담 경감 및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 지원 대책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2023년도 예산편성 방향을 공유하면서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테두리 안에서 선도적으로 민생대책을 추진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집행부는 전례가 없었다는 이유와 함께 형식과 규정을 핑계로 난색을 표했다. 결국 시의회에서 요청한 민생대책 합동점검 회의는 무산됐다.

'난방비 폭등' 사태로 민심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내 지자체들이 긴급 지원에 속속 나서고 있다. 하남시도 지난 1일 기초생활수급가구, 차상위계층, 청년월세 한시특별지원 대상자 등 취약계층과 국가유공자 등 총 1만2천여 가구에 가구당 20만원씩 지원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하남시는 24억원이 소요되는 난방비의 신속한 지원을 위해 하남시의회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법적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관련 예산을 편성해 3월 중에 난방비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긴급 난방비 지급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고, 시의회와의 긴밀한 협의도 없었다는 점이다. 당장 발등에 불을 꺼야 하는 집행부는 부랴부랴 14~22일 열리는 제318회 임시회에서 관련 집행부 발의 조례 2개를 제정하고 예비비로 예산을 확보하겠다며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 행정을 하고 있다.

'언발에 오줌누기식' 생색내기 행정 안된다
독선·아집 버리고 실정맞는 협치 시작할때


시의회가 지난해 민생현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자고 할 때는 규정을 핑계로 모르쇠 하더니,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민생 위기를 극복할 대책은커녕 4개월 동안 경제와 민생 고통에는 손 놓고 있으면서 시장 공약사업에만 전광석화처럼 기민하게 움직였다. 집행부는 고금리·고물가 시대, 손가락으로 물을 막을 게 아니라 밀려드는 홍수 앞에서 서민의 삶을 지킬 댐을 쌓아야 할 시간을 놓친 셈이다.

집행부는 윤석열 정부가 하니까, 다른 지자체가 하니까 '언 발에 오줌누기식' 땜질·생색내기 행정을 해서는 안 된다. 민생경제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 앞으로 집행부는 시의회와 긴밀하게 협조해 하남 지역 실정에 맞는 민생재건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더 나아가 고물가·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전담팀을 설치해야 한다. 올 한 해 에너지 위기와 고물가 위기에 놓인 시민의 고통이 가히 살인적일 만큼 심각하다. 지금이야말로 고물가·기후위기 극복 재정 및 에너지 체제 수립과 같은 구조 개혁 방안 마련을 위한 시의회와의 협치를 시작해야 할 때다. 독선과 아집을 버리지 않으면 '민생경제 골든타임'은 더 이상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강성삼 하남시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