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경선에서 '윤심' 경쟁 이외에 비전이나 민생 담론이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박정희·전두환 시대는 물론이고 민주화 이후에도 대통령이 집권당 총재를 겸했을 때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지명했다. 이는 대통령과 집권당의 관계가 종속적이고 수직적이라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이다. 그러나 정당이 권력의 수족으로 전락한다는 것은 정당민주주의 뿐만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작동 그 자체에도 결정적 손상을 초래할 수 있기에 대표 경선으로 대표 결정 방법을 바꿨다.
대통령 권력 깊숙이 개입 정황 곳곳서 발견
원치않는 인물들 축출 방식 거칠고 노골적
그러나 현재 국민의힘 경선은 경선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대통령의 권력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경원의 '투항', 유승민의 '저항', 권성동의 '침묵'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일련의 상황은 대통령실의 권력이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진복 정무수석이 공개적으로 안철수 후보에게 공개 경고를 당에게 요청하는 것은 이의 극적인 방증이다.
당심과 민심의 비율을 70대 30으로 한 당헌을 고치고, 결선투표를 도입한 것도 권력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당선시키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후 대통령의, 권력의 경선 개입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내년 총선에 표심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고려가 없고 당심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친윤 후보가 당 대표가 돼야 총선을 대통령의 의지대로 치르게 되고 이후의 국정운영이 순탄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러나 만약 대통령의 의중에 없는 안철수 후보가 당권을 쥐면 이후 권력 내부의 역학관계의 향배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 대통령실의 경선 개입은 무모할 뿐만 아니라 실익도 없다.
둘째, 김기현 후보가 과도하게 윤심에 기대는 모습이 중도층과 수도권 유권자들에게 차곡차곡 기억에 남게 될 것이다. 외연 확장이 없는 정치의 한계는 뚜렷하다. 여야의 협치가 사라진 공간을 집권세력이 총선 과반 획득으로 메꾸겠다는 권력의 의지까지야 비판할 수 없지만, 과연 집권측의 의지대로 갈 수 있을 것인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셋째, 권력이 원치 않는 인물들을 축출해 나가는 방식이 거칠고 노골적이다. 정치에는 은유와 상징이 들어갈 때 무리 없는 절차와 원만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절차의 민주주의가 훼손된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상흔이 클 수밖에 없고, 이 역시 총선에 악재로 작용하게 된다.
넷째, 대통령 권력의 경선 개입은 대표 결정 방식이 경선으로 바뀐 정치적·역사적 맥락에 대한 고려가 없는 퇴행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내년 총선 표심 작용여부 전략적 고려 없어
결국 승패는 수도권·중도 민심 향배로 갈려
국민의힘 당원들에게 '잘못된 믿음'을 심어준다면 이는 '치명적 권력'의 전형적 모습이 될 수 있다. 권력은 나누고 베풀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대통령의 권력은 경선 게임을 왜곡시키고 의미를 훼손시킬 수 있는 규정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경선에서 최소한 외관상으로는 중립을 견지하는 것이 경선이라는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고 대통령 권력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대통령실은 지금이라도 경선에서 엄정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중도의 보편적 민심은 현재의 국민의힘 경선을 무리하게 대통령의 의중이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는 사실이다. 결국 내년 총선 승패는 수도권과 중도층의 표의 향배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