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거주하는 고위험 성범죄자 90% 이상이 학교 등 미성년자 교육시설로부터 500m 안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한국형 제시카법'이 도입되면, 이들은 거주 제한 대상자가 돼 거처를 옮겨야 한다. 고위험 성범죄자들이 이사한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미성년자 교육시설이 상대적으로 적은 도심 외곽지역으로 이들이 대거 옮겨갈 경우 치안문제 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26일 고위험 성범죄자가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중등학교 등 미성년자 교육시설에서부터 반경 500m 이내에 살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고위험 성범죄자는 불특정 다수 피해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르고 재범 위험성이 높은 사람이다.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자장치 부착법 개정안'을 오는 5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개정안은 현재 미국 42개 주에서 시행 중인 '제시카법'에 착안해 나온 법안으로, 성범죄자가 학교나 공원 등 아동이 많은 곳으로부터 2천 피트(ft, 대략 610m) 이내에 거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한국형 제시카법' 기준 실효성 논란
알림e 등록 230명중 211명 이사해야
15일 경인일보는 '성범죄자알림e'를 통해 인천에 거주하는 성범죄자 230명의 실거주지를 일일이 확인해 반경 500m 이내에 미성년자 교육시설이 있는지 점검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91.7%에 달하는 211명이 미성년자 교육시설로부터 500m 이내에 거주하고 있었다. 불과 100m 안에 사는 성범죄자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한국형 제시카법이 도입되면 모두 거주지를 옮겨야 한다. → 그래픽 참조
인천 10개 군·구별로도 분류해 봤다. 서구는 성범죄자알림e에 가장 많은 56명의 성범죄자가 등록돼 있으며, 한국형 제시카법이 도입될 경우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이들은 52명(92.9%)이나 됐다. 그다음으로 많은 미추홀구는 성범죄자 46명 중 41명(83.1%)이 어디론가 이사해야 한다.
남동구는 성범죄자알림e에 등록된 성범죄자 44명 전부, 부평구는 31명 중 29명(93.5%), 중구는 16명 중 12명(75%)이 해당했다. 연수구(14명), 계양구(13명), 동구(3명)도 등록된 성범죄자 전원이 거처를 옮겨야 한다. 도심과 멀리 떨어진 강화군은 7명 중 3명(42.8%), 섬으로 이뤄진 옹진군은 등록된 성범죄자가 없었다.
500m 넘는 현거주지 인근 옮길 수도
외곽지역 가더라도 현지주민들 불안
한국형 제시카법이 도입되면 이들은 미성년자 교육시설로부터 반경 500m를 넘는 실거주지 바로 인근으로 이사하거나, 아예 외곽지역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형 제시카법안이 국내 실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윤미 변호사는 "재범 우려가 있는 성범죄자가 미성년자 교육시설 인근에 살지 못하게 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달리 인구밀집도가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500m라는 거리가 범죄 예방에 효과적일지 다시 짚어봐야 한다"며 "성범죄자가 거처를 옮겨갈 수 있는 비도심 지역의 치안문제 등 검토돼야 할 사안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수진기자 we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