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 필요에 의해 변화한다. 길은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가에 따라 풍경을 바꾸는 일종의 나이테다. 무심코 지나치는 길가의 풍경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지나온 삶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다만, 아는 만큼만 볼 수 있는 인지의 한계 때문에 가이드가 필요한데, 길을 이야기하는 신간 2권이 길잡이를 자처하고 있다.
신간 '길에서 문화를 걷다'와 '세계사가 재미있어지는 39가지 길 이야기'는 길과 그 길을 걸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서로 다른 주제와 매력으로 길이라는 지구 위에 인간이 그린 나이테를 설명한다.
■ 길에서 문화를 걷다┃조현미 지음. 푸른길 펴냄. 240쪽. 1만8천원
포르투~산티아고 255㎞ 걸으며 도시·생활문화 망라
두 번의 경험에도 조 교수는 길에서 만난 풍경을 읽지 못했다고 한다.
산티아고가 가까워질수록 편향된 정보와 걷고 있는 길과 문화를 알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느낀 저자는 첫 번째 걷기에서의 혼란과 두번째 걷기의 한탄을 합해 책을 냈다.
여행자 문화와 아름다운 건축물이 언제, 왜 만들어졌는가 하는 도시와 국가의 생활문화를 망라했다.
저자는 순례길에 사람도 만나고 위기와도 만나지만 무엇보다 가장 많이 만나는 것이 풍경이라며 250여㎞의 풍경 속에 주석을 달았다. 책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전부일 것만 같은 순례길에서 '난 누구이며, 여긴 어디인가'를 묻고 사색하는 이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 세계사가 재미있어지는 39가지 길 이야기┃일본박식클럽 지음. 서수지 옮김. 사람과나무사이 펴냄. 354쪽. 1만8천500원
인류 초기부터 현대사까지… 주요 사건들 안내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길 위에 펼쳐진 사건만을 조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출아프리카의 길을 얘기하면서 인류의 '다지역 기원설'과 '아프리카 단일 기원설'을 소개하고 풍요의 땅 아프리카를 떠난 이유가 인류의 '뇌 용량'과 어떤 관계인지를 설명한다. 또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는 가와 같이 이야기를 확장하면서 인류 초기부터 근세, 근·현대사를 망라한다.
고대 세계에서 중요한 10가지 길과 중세 세계화를 앞당긴 12가지 길, 근세의 제국주의로 향하는 10가지 길 그리고 마지막 지금의 패권국가 틀을 만든 근현대의 7가지 길 위에서 독자들을 안내한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