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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노조가 지난 2009년 5월 22일 평택공장 정문을 봉쇄하고 전면파업에 나섰다. 앞서 사측은 경영정상화 방안으로 전체 인력의 36%인 2천646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노조원들의 격한 투쟁은 8월 6일까지 77일간 이어졌다.

옥쇄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인적·물적 피해가 컸다. 공권력이 대거 투입되면서 파업은 종료됐으나 후유증이 남았다. 회사와 정부는 노조를 상대로 파업에 따른 손실금액을 보상하라고 소를 제기했다. 수년 뒤 법원은 사측에 33억원, 경찰에 14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 시민이 성금 4만7천원을 전하면서 자신과 같은 사람이 10만명이 되면 47억원을 모을 수 있다고 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금전적 어려움을 겪는 노조원들을 돕자는 사회적 연대 캠페인이 전개됐다. 월급을 직접 받던 시절, 노란색 봉투는 급여를 상징했다. '노란봉투' 모금운동은 '노란봉투법' 추진운동으로 진화했다.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 소위를 통과했다. 여당 의원들은 전원 반대했으나 다수인 야당이 주도하면서 어렵지 않게 문턱을 넘었다.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확대하고 쟁의행위 탄압 목적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노동계는 오랜 숙제가 풀리게 됐다며 반색한다. 노동 3권과 헌법상 기본권 행사를 막는 수단으로 손해배상과 가압류가 악용됐다며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이 하청 노동자들을 상대로 470억원 손배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들어 진작 개정됐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재계는 불법파업이 합법으로 치환돼 생산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질 것이란 부정적인 입장이다. 모호한 규정 때문에 해석에 따라 누구나 사용자가 될 수 있기에 노사 간 갈등만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한다.

영국과 독일 등 노동 선진국은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이 실제 소를 제기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고 한다. 노사 모두에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경험칙이 작동하는 것이다. 복잡한 노사관계와 특수상황을 노사관계법에 묶으려 하면 사회 전반이 경직되기 마련이다. 노란봉투법은 찬반이 뚜렷하게 갈린다. 숙성의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