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1심에서 5년 형을 선고받은 최 시장이 항소심 증인을 서달라고 했다. 단둘이 앉았다. 그 흔한 용역도 한 건 하지 않았고, 인천시에 책임져야 할 직책도 없었다. 왜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마지막 증인이 되어야 하는가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대우그룹 본사 이전과 관련하여 수많은 공직자가 검찰 조사를 받거나 심문을 받았다고 했다. 무죄 입증을 위해 적격자로 여러분들이 천거했으니 도와달라고 했다.
증인으로 나서는 조건을 달았다. 첫째, 법학자로서 도시계획위원과 시민운동 과정에서 보고, 듣고, 판단한 대로 답변하겠다. 둘째, 재임 중 도시계획위원회의 결론을 바꾼 사항이 있는지 알려 달라. 놀랍게도 재임 중 640건의 도시계획위원회의 의결을 거부하거나 반려한 사실이 한 건도 없었다. 1997년 대우그룹은 '송도 대우타운 조성사업'을 추진하였다. 2조원의 사업비를 투자하여 대우그룹 소유 43만여㎡ 송도유원지에 본사 및 계열사를 이전하고, 인천시에 필요한 컨벤션센터 등을 건설하겠다고 했다.
정권 바뀔때마다 검찰 칼날 반복
만연하는 공직사회의 복지부동
재선에 성공한 최 시장의 공약 핵심은 '트라이 포트(Tri-Port)'였다. 문제는 송도유원지 해제와 용도지역 변경이었다. 인천의 발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라서 시민들과 언론의 관심도 매우 높았다. 용도변경이 특혜라는 지적과 함께 대우타운 조성사업이 무산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각종 토론회 등을 통해 용도변경이 되더라도 많은 사업비를 투자해야 하므로 특혜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개발이익 전액을 경전철 등에 투자하기로 한 점, 그리고 송도신도시 개발사업과 연계할 경우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만약 용도변경 후 본사 이전을 지연하는 경우 기존 자연녹지 상태로 환원한다는 조건도 붙이기로 했다.
그런데 검찰은 대우자판 전모 사장으로부터 3억원을 수수했다는 사실로 기소하였다. 당시 최 시장의 항소심 변호인 4인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증인 심문을 받을 때는 태평양을 떠나 다른 변호사들이 했다. 재판과정에서 돈을 전달했다는 호텔에는 지하 주차장이 없다는 점, 여행용 가방에 3억원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최 시장은 면허가 없어 운전을 못한다는 점도 밝혀졌다.
1시간20분 동안 변호인 측의 증인 심문 사항 43개와 검찰 측 반대 심문에 답변을 하였다. 그 후 항소심은 물론 대법원에서 무죄가 내려졌다. 대법원은 '뇌물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진술에 일관성이 없으며,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호텔의 옥외 주차장에서 뇌물을 전달했다는 것도 상식에 반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사건의 발단이 전씨가 엄청난 비자금을 횡령했다는 제보였음에도 이에 대한 자료가 기록에 나타나지 않은 것에 대한 의혹도 언급했다. 만약 IMF가 없었다면 대우그룹은 어떻게 되었을까. 송도 대우타운이 조성되었다면 지금의 아파트 숲보다는 일자리가 더 많지 않았을까. 검찰은 왜 전씨의 횡령이 아니라 최 시장을 뇌물 혐의로 기소했을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의 칼날은 반복되었고,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영장 청구를 보면서 다시 생각한다. 검찰은 변한 게 없구나.
선출직의 공약과 정책 집행은
檢 잣대보다 행정재량 판단
주민소환제 왜 있는지 생각해야
이제 검찰의 시간은 흘러갔다. 국회의 투표 절차가 지나가면, 법원의 판단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만연하는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이다. 과연 어느 공직자가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집행에 적극적으로 나설까. 선출직의 공약과 그에 따른 정책집행은 검찰의 잣대보다는 행정재량의 영역으로 판단할 때가 되었다. 주민투표와 주민 소송 그리고 주민소환제도가 왜 지방자치법에 있는지를 함께 생각할 때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