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개항장 인근에 연극을 감상할 수 있는 소극장 한 곳이 또 문을 열었다.
소극장의 이름은 'P&F 씨어터'(인천 중구 차이나타운로 52번길 15 3층). 경인전철 인천역에서 내려 '짜장면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있는데, '밴댕이회거리' 입간판을 바라보고 언덕으로 10여m를 걸어 올라가면 극장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입구와 계단이 나온다.
현재 극장에서는 지난해 12월31일부터 주말마다 셰익스피어 원작의 '햄릿'을 모노드라마로 각색한 공연이 이어지고 있는데, 극장을 찾아간 19일에도 입구에 공연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공연은 26일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이곳에 소극장을 연 주인공은 인천지역 극단 '놀이와축제'(1989년 창단)의 진정하(58) 대표다. 극장 이름은 '놀이와축제(Play&Festival)'에서 알파벳 한 글자씩 따와 지었다고 한다. 지금은 극장 대표도 겸하고 있다.
진정하 대표가 현재 지금의 극장 공간을 인수한 것은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이었다.
그는 "작은 온라인 방송 스튜디오를 인수할 생각이 없느냐는 지인의 제안으로 현재 이 공간과 만났는데, 조명을 설치할 수 있는 높은 층고를 보고 한눈에 반해 덜컥 일을 저질러버렸다"고 말했다. 실제 극장 내부를 들여다보니 무대 쪽 천장이 유달리 높았고 객석 쪽으로 오면서 점점 낮아졌다.
건물주와 임대계약을 맺은 진 대표는 지금까지 조금씩 시간을 투자해 극장을 직접 꾸몄다. 그동안 크고 작은 행사와 연극촬영 등이 진행됐는데, 관객이 있는 정식 연극 공연이 열린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객석은 많아야 30석으로 매우 작은 규모였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연극은 대중적인 장르의 예술이었죠. 이 근처만 하더라도 소극장이 한 5~6곳은 있었으니까요. 근데, 지금은 아니죠. 언제부턴가 연극계가 어려워졌고, 많은 연극인이 가난해지고, 가난해지니 돈 되는 작품만 하려고 하고 그러니 또 관객에게 외면받고 돌이켜보면 그런 악순환이 계속되었던 것 같아요. 어차피 많은 관객을 많이 끌어모아 '돈이 되는' 작품을 만들 수 없다면, 또 큰 극장을 가질 수 없다면, 작은 극장에서라도 내가 하고 싶은 연극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과감하게 극장 문을 열기로 한 것이죠."
돈 되는 작품 쉽지 않고, 큰 극장 못 갖는다면
작은 극장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연극 해보자
조금 엉성해도 여러 실험 이어지는 곳 만들것
극장을 어떻게 꾸려갈지 정해놓은 것은 아직 없다. 다만 진 대표는 연극을 하는 예술인들과 관객이 모두 함께 성장하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 곳에서 창작자도 실험하고 때로는 관객도 실험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이 열린 공간으로 가야겠다는 방향성만 세워두고 있단다.
"흔하게 연극의 3요소는 관객·배우·희곡, 4요소는 관객·배우·무대·희곡이라고 해요. 하지만 꼭 이런 식으로 구분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관객이 무대에 서고, 배우가 객석에 앉고, 때로는 희곡 없이, 때로는 관객이 없어도 연극이 될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어떤 구체적인 그림이 없어도, 조금은 엉성해도 다양한 실험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다양한 실험이 이어져도 될 만큼 임대료 부담은 적은 편이라는 것이 진정하 대표의 설명이다.
진 대표는 소극장 'P&F 씨어터'가 인천의 여러 극단이 다양한 실험을 하고, 각각 다른 꿈을 꾸며 인천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한다. 인근에는 2011년 문을 연 '다락소극장'이 있고, 또 극단 십년후가 지난해 6월 문을 연 '신포아트홀' 등이 있는데 소극장과의 협업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소극장은 제가 대표로 있는 극단 '놀이와 축제'뿐 아니라 인천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극단에도 문이 열려 있어요. 개항장의 관광객을 위한 콘텐츠도 언제든 환영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주변에 있는 소극장, 인천아트플랫폼 등과도 힘을 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켜봐 주세요."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