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6)씨는 지난달 첫째 아이를 출산한 뒤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이라는 말에 수원 망포동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김씨는 오는 6월 복직을 앞두고 어린이집을 알아보던 중 황당한 일을 겪어야만 했다. 어린이집 대기 순번이 무려 100번대에 달한 것이다. 김씨는 올해 어린이집 입소가 어렵다는 답변을 듣고 복직을 미뤄야 할지 고민 중이다.

우리나라 출생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일부 지역에선 보육시설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키즈산업 역시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출생률 감소로 원아 모집 한계속
일부 지자체 몰려 보육시설 대란
'자녀 1명 양육' 키즈산업도 호황


20일 경기도에 따르면 문을 닫는 어린이집은 계속 늘고 있다. 출생률 감소로 원아가 줄어드는 점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점과 맞물려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됐다. 2018년엔 633곳, 2019년엔 794곳이 폐원했는데 2020년엔 917곳으로 그 수가 늘었다. 2021년에도 864곳이 문을 닫았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선 오히려 어린이집이 부족해 대기 순번만 100명에 이르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김씨가 거주하는 수원 망포동의 아파트 단지는 1천300세대가 거주하지만 단지 내 어린이집은 2곳뿐이라 1년은 기다려야 한다.

망포동처럼 아이를 키우는 세대가 많은 파주 산내마을 역시 700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에 어린이집이 1곳밖에 없어 1년 이상을 대기해야 한다. 심지어 맞벌이 가정과 외벌이 가정에 배점을 다르게 적용해, 외벌이 가정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일쑤다.

지자체의 어린이집 설립 기준이 지역별 아동 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적용돼, 이같은 역설적인 현상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출생률 감소에도 키즈산업은 오히려 호황 추세다.

자녀 한 명만 양육하는 부모들이 늘면서 돈을 아끼지 않는 패러다임이 형성됐고 '황혼육아', '조카바보' 등의 말이 등장한 것처럼 부모를 넘어 조부모, 친족까지 공동육아를 하는 트렌드가 확산돼서 라는 게 종합커뮤니케이션그룹 KPR의 분석이다.

이런 점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육아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입소문을 탄 물품을 활발하게 구매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각종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교육·놀이 콘텐츠 등도 활성화되는 추세다.

KPR이 부설 연구소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 육아시장 관련 언급량은 2020년 20만618건에서 지난해 23만2천141건으로 증가했다. 김은용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은 "국내 키즈산업은 새로운 육아 트렌드 등에 힘입어 더욱 성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