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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음료요, 생활문화이며, 역사다. 프랑스 와인, 영국 위스키, 독일 맥주, 중국 고량주, 일본 청주, 중남미 럼주 등은 나라와 각 지역을 대표하는 술이다. 우리는 막걸리와 소주의 나라다. 이 중에서도 소주는 한국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서민들의 동반자다.

우리의 소주는 고려 때 시작됐다. 원 황제 쿠빌라이(1274~1281)가 일본 정벌을 위해 개성에 본대를 두고, 안동과 제주에 전진기지를 만들었는데 이때 몽골의 소주 제조법이 전래됐다 한다. 그런데 소주의 원조는 몽골이 아니라 중동지역이며, 기원전 3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수메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메르의 영향은 매우 광범위하다. '구약 성경'의 노아의 홍수 이야기가 수메르의 홍수설화와 일치하며, 수메르의 종교와 신화는 기독교 등 후대의 종교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이종수 박사의 논문을 보면 수메르의 증류주는 중동지역에서 '아라끄'라는 이름으로 전승돼 왔는데, 몽골의 이슬람 제국 정복전쟁 당시 소주 양조법이 몽골로 다시 몽골을 통해 한반도로 흘러들어왔다는 것이다.

소주(燒酒)는 '불사르다'란 뜻을 지닌 소(燒)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불로 태워 증류한 술이란 뜻이다. 아랍어로는 '아라끄'(Arag)라 한다. 아라끄는 알코올을 의미하는데, 중국에서는 이를 아자길(阿刺吉), 아리걸(阿里乞)이라 번역했다.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소주를 내릴 때 나는 냄새를 가리켜 '아라기'라 하고, 개성지역에서는 소주를 '아락주'라 부른다고 한다. 안동소주와 개성의 송악소주는 이런 긴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가 지금 마시는 희석식 소주는 이 같은 전통을 잇고 있는 유서 깊은 대중주다.

서민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소주 소매가도 곳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한데 1천900원으로 올랐다. 식당에서는 6천원으로 올랐고, 맥주도 8천원으로 뛰었다. 서민과 함께 울고 웃었던 소주가 이제는 서민들을 울리는 원흉(?)이 됐다. 국민들은 고금리에 오를 대로 오른 가스 요금과 점심값과 아파트 관리비마저 부담스러운데 정치권은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이 서로 네 탓 공방만을 주고 받으며 세월을 다 보내고 있다. 시름 깊은 국민들을 위로해 주던 삶의 동반자인 소줏값마저 이렇게 오르면 서민들은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하나 싶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