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항 인천컨테이너터미널(이하 ICT)에서 1년 전 노동자가 트레일러에 치여 숨진 사고(2022년 2월18일자 4면 보도=[뉴스분석]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안된 ICT사망사고, 왜?)가 발생했다. 항만 작업 현장의 안전불감증이 여실히 드러난 사고였다. 당시 노동자들은 부족한 안전시설물, 유명무실한 안전 매뉴얼 등을 사고 원인으로 꼽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ICT 등 항만 내에서는 현재 안전관리 조치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A씨가 사고를 당한 구역에는 노동자들이 작업 전 대기하는 공간과 작업장을 연결하는 안전통로는 마련돼 있었으나, 작업장부터 노동자들이 각자 맡은 담당구역까지 가는 데에는 안전 통로가 없던 것으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조사에서 확인됐다.
과속감시카메라 등 중장비의 이동속도(매뉴얼상 10~30㎞/h 이내)를 통제할 만한 장치도 없었다. 작업장 주위가 어두워 특히 야간에 낡은 선박에서 작업할 때에는 사고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터미널 내 중장비 속도제한 CCTV
"조명 추가 야간작업 위험 낮아져"
ICT 운영사는 이 사고 이후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항만 내 곳곳에 횡단보도 등 보행로를 마련했다. 또 터미널 내 중장비 이동속도 제한을 위한 과속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사고 위험이 큰 지역에서는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컨테이너를 두지 못하게 했다.
이태경 민주노총 인천일반노조 YT지부장은 "사고 이후 안전조치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조명도 추가로 설치해 야간작업에서의 위험성도 많이 낮아졌다"며 "ICT뿐만 아니라 다른 컨테이너터미널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ICT 등 인천지역 컨테이너터미널을 오가는 화물차 기사 B씨는 "안전조치가 강화된 것은 맞지만, 여전히 안전모 등 안전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항만을 돌아다니는 이들이 많다"며 운영사의 관리·감독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노동당국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을 ICT 운영사가 아닌, C해운으로 보고 안전보건조치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숨진 A씨는 고박업체 소속인데 이 업체의 원청이 C해운이었기 때문이다. 안전보건조치 위반은 항만 운영사가 했는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는 해운사를 두고 조사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항만은 선사·화주 등이 항만 운영사와 계약한 화물을 하역하는 곳이다. 하역 노동자 이외에도 고박업, 화물차주 등 다양한 분야의 노동자가 함께 작업한다. 산업안전보건법상 항만 운영사는 소속 노동자에 대해서만 안전보건조치를 하게 돼 있다. 항만 운영사 소속이 아닌 노동자들은 안전보건조치 테두리 밖에서 일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인천해수청 "주 3회 이상 점검중"
노동당국은 C해운이 ICT 현장에 사무실을 두지 않았고 관리자도 없어,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고자 지난해 8월부터 '항만안전특별법'을 시행했다.
이 법은 항만 하역 사업자(항만 운영사 등)가 화물하역, 적재·이송 등 사업장 내 모든 작업과 하역 업무 노동자, 고박업, 화물차주 등에 대한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해 이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항만 내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안전보건조치 이행 여부에 따라 항만 운영사가 책임을 지게 된다. 또 인천해양수산청 등 정부기관이 이 같은 안전조치를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인천해양수산청 관계자는 "주 3회 이상 항만에 나가 안전조치를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시정조치를 내리고 있다"며 "다만 특별법에 따라 안전점검관 등을 선임해야 하는데, 이런 전문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