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지역 '임차권등기 신청' 전국 절반수준

최근 1년 새 인천·경기 지역에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임차권등기를 신청한 사례가 7천건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21일 대법원등기정보광장의 부동산 등기 데이터를 분석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의 임차권등기 신청 건수를 집계한 결과, 경인 지역에서 총 6천938건(인천 3천199건, 경기 3천739건)이 신청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임차권등기 신청 건수(1만4천297건)의 48.5%이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신청 건수(1만1천673건)의 60%에 달한다. 

최근 1년새 인천 3199·경기 3739건
'부동산 하락세' 작년 7월부터 증가

임차권등기란 전세 계약이 끝난 뒤에도 보증금을 받지 못한 임차인이 법원의 명령을 받아 신청하는 것이다. 임차인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을 받으려면 임차권등기 신청을 완료해야 한다. 1년 사이 임차권등기 신청이 급증한 것은 그만큼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별 신청 건수를 살펴보면 인천에서는 미추홀구가 802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서구(790건), 부평구(681건), 남동구(479건), 계양구(214건) 등의 순이었다.

전국 시·군·구 단위 가운데 신청 건수 상위 10개 지역 중 인천에서만 4곳이 포함됐다. 경기 지역에서는 부천시가 831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파주시(233건), 고양시 일산서구(199건), 김포시(172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임차권등기 신청은 부동산 전세 가격 하락이 가시화한 지난해 7월부터 늘어났다. 지난해 1월만 해도 전국에서 임차권등기를 신청한 건수는 566건이었지만, 7월(1천273건) 들어 처음으로 1천건을 넘긴 뒤 계속 증가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12월에는 2천건을 넘어섰고, 올해 1월에도 2천132건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7배 증가했다. 부동산 거래가 급감하면서 매매가와 전세가가 모두 하락하자, 전세가율이 90% 이상인 '깡통전세'와 무자본 갭투자가 몰린 지역을 중심으로 보증금 미반환 피해가 늘어난 것이다.

올해 과열 시기 2년 계약 종료 시점
"앞으로 사례 더욱 늘어날듯" 전망

문제는 올해 들어서도 임차권등기를 신청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부동산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전세가가 높았던 2021년의 전세 계약이 올해 끝나는 사례가 많은데, 2년 사이 전세가가 급락하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놓인 임차인이 많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임차권등기 신청은 주로 2년 전 체결한 전세 계약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며 "올해도 집값과 전세가가 계속 하락하는 추세인 데 반해 계약 시점인 2021년은 전세가가 높게 형성됐던 만큼, 향후 임차권등기 신청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달수기자 [e-mail]